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AF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장현구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개인 자격으로 국한하되 세부 제재를 강화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IOC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와 관련한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OC는 먼저 두 나라 선수가 자국 군대와 연관되지 않은 이상, 개인 자격으로 중립국 소속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역 군인 또는 군에서 운영하는 팀에 소속된 선수는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제한한 셈이다.
AP 통신이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도핑 규범 위반에 따른 징계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으로 참가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메달 획득자 20명 이상이 현역 군인이었으며, 당시 ROC 전체 메달 71개 중 45개가 러시아군과 연계된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따낸 것이었다.
군대와 연관된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뛰지 못하면 러시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상황이라 IOC는 군대와 얽혀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우선 국제대회 출전 부적격자로 추려낸 것으로 보인다.
러·벨라루스 올림픽 참가 반대 시위 벌이는 우크라 활동가
(트빌리시[조지아] AFP=연합뉴스) 한 우크라이나 활동가가 26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손팻말을 들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2024 파리하계올림픽 참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월 두 나라 선수가 자국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중립국(또는 중립단체) 자격으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도록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2023.03.27 jason3669@yna.co.kr
IOC는 또 구기 종목과 같은 단체 경기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참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 15명이 만장일치로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구기 종목은 물론 계주, 혼성 복식, 기계체조 단체전과 같은 경기 출전에도 제한받는다.
IOC는 두 나라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복장 등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두 나라 선수는 완전히 흰색 또는 단색의 유니폼만 입을 수 있으며 팀 로고를 유니폼에 새길 수도 없다. 자국 국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시하거나 참가자의 중립성과 대회의 진실성과 이해관계를 저해할 만한 발언도 금지된다.
[그래픽] IOC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국제대회 출전 제재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IOC 집행위원회 주재하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EPA=연합뉴스]
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국가 차원의 도핑 조작으로 IOC의 징계를 받아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 ROC라는 기이한 명칭으로 잇따라 출전한 러시아 선수들의 복장 등을 느슨하게 규제해 사실상 제재의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을 IOC가 수용한 결과다.
IOC는 국제대회 조직위원회에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기를 대회장에 게양하지 말고, 관중들이 두 나라 국기를 경기장 안으로 반입하는 것을 막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이래 IOC와 국제 스포츠 단체(IF)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적용하는 국제대회 개최 금지, 경기장 내 국기·국가·국가 상징 사용 금지·두 나라 관리들의 국제 스포츠 행사 참여 금지 등과 같은 기존 제재는 그대로 유효하다.
지난 1월 '국적(여권)으로 선수를 판단하지 말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길을 사실상 터준 뒤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IOC가 두 달 만에 두 나라에 선수들에게 한층 강화한 세부 제재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AP 통신은 '엄청난 변화'라고 평했다.
또 IOC는 군대와 무관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중립국 소속으로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들의 파리올림픽 출전에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 역시 국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IOC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독일 등 35개국 스포츠 관련 부서 장관들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중립국 소속으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며 그런 방식의 대회 참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바흐 IOC 위원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파리올림픽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적절한 시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예선전과 올림픽 본선을 진행하는 IF가 기준을 먼저 수립하는 게 순서다.
'중립 자격' 파리올림픽 출전 IOC 결정에 반발하는 러시아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자국과 벨라루스 선수들이 소속국을 대표하지 않는 '중립 자격'으로 아시아 지역예선 등을 거쳐 내년 파리 하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난 1월 결정에 대해 차별적 조치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2020년 12월 17일 포즈드냐코프 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자료사진] 2023.03.29 jason3669@yna.co.kr
IOC의 달라진 태도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반응도 엇갈렸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IOC의 새로운 기준은 선수들이 대회에 뛸 수 없게 막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웃음거리이며, 올림픽 헌장의 기본 원칙들이 파괴됐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출전 결정을 IOC가 유예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prayerahn@yna.co.kr,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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