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에 있는 백화점입니다.
개장 전 이른 시간,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십여 명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불과 2년 전, 건물 외벽을 빙 두를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 줄이 이어졌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썰렁하기까지 합니다.
[샤넬 매장 대기자 : 9시 20분쯤 도착했는데 앞에 열 분 정도 계신 것 같고, 생각보다 오픈런 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정도 줄이면 다음에도 또 기다릴 만한 거 같습니다.]
찬바람 부는 경기에 코로나로 억눌렸던 보복소비 심리가 사라진 데다 가파른 명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오프런 열기도 시들해진 겁니다.
[샤넬 매장 대기자 : 지난해에는 9시 반에 와도 거의 80번대 받았거든요. 지금은 3분의 1밖에 안 되는 거 같아요. (가격 인상 소식이) 소비자 입장에선 안 좋죠. 계속 올리니까 더 빨리 사야 할 것 같고….]
실제로 샤넬은 지난해 네 차례에 이어 이번 달 또다시 3∼6%가량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예물가방으로 인기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사이즈 가격은 1년 전보다 15% 넘게 올랐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두 배나 뛴 셈입니다.
백화점 명품 매출도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초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은 평균 5%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백화점 3사 모두 20%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반면 중고 명품 시장은 오히려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얹어줘야 했던 웃돈 거품이 꺼지면서 오히려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정가가 1,900만 원인 롤렉스 인기 모델 리셀가가 일 년 전과 비교해 20%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신우진 /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마케팅 팀장 : 지난해 상반기 프리미엄이 높았던 롤렉스 시계 같은 경우 하반기부터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최저점을 찍고 난 후 계속해서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기에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발길도 늘었습니다.
[김은지 / 서울 대방동 :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상품 자체가 상태가 괜찮은 게 나오는 것도 있고….]
경기 침체 분위기에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과열됐던 명품 시장도 한풀 꺾인 분위기입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촬영기자 : 박재현
그래픽 : 김효진
자막뉴스 :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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