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장관
(포드고리차 로이터=연합뉴스)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기자회견장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관한 질문을 듣고 있다. 2023.03.29 photo@yna.co.kr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몬테네그로 당국은 29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체포돼 구금 중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은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한미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코바치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은 전날 몬테네그로 외교부·법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권 대표의 조속한 송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몬테네그로에는 우리 대사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인접 국가인 세르비아 대사관이 몬테네그로를 관할하고 있다.
미국은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을 뒀다. 대사관을 통해 이미 확보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대표에 대해 우리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코바치 장관은 권 대표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에서 앞섰다는 점은 한국과의 '송환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송환 국가를 정할 때는 범죄인 국적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에 우선권이 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코바치 장관 역시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이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싱가포르도 아직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출두하는 권도형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 대표는 측근인 한모 씨와 함께 지난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 붙잡혔다.
몬테네그로는 원칙적으로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이 기간 연장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피의자 신문을 거쳐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권 대표는 최대 30일간 구금된다.
코바치 장관은 권 대표의 몬테네그로 국경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 역시 법원에서 진행될 형사 절차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권 대표와 한모 씨 2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권 대표에 대해서만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 등이 공항에서 검거될 당시 압수한 이들의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는 한미 양국이 인도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바치 장관은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몬테네그로의 법률과 국제 협약에 따라 모든 권리를 부여받을 것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권 대표 등이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해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선고받은 형기를 복역해야만 그들의 인도를 요청한 국가들로 인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바치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권 대표의 송환은 어느 국가로 가든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이날 포드고리차 법원이 권 대표의 구금 연장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권 대표 측 변호인은 "의뢰인들에게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이에 따라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며 구금 연장에 불복해 지난 25일 항고했다.
항고가 기각됨에 따라 권 대표는 계속 구금 상태에서 현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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