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콘서트나 뮤지컬, 스포츠 경기 가릴 것 없이 티켓 문화의 골칫거리인 암표, 최근엔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 암표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죠. 온라인 암표는 사실상 합법 취급을 받으며 팔리고 있는데 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에 비해 법망은 여전히 허술합니다.
최재원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1일)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입장권은 진작 동났습니다.
그런데 다 팔렸다는 입장권,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넘쳐납니다.
대신 2만 원에서 10만 원 웃돈을 줘야 합니다.
다음 주말 케이팝 그룹 팬미팅 가격은 9만 9천원, 역시 매진입니다.
온라인에는 되파는 티켓이 제법 있습니다.
문제는 50만 원, 70만 원, 많게는 100만 원까지 줘야 한다는 겁니다.
팬들에겐 흔한 일입니다.
[암표 사기 피해자 : 6만원, 7만원 그리고 그 뒤로 가서는 1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나오더라고요. 일본인들이나 외국인들은 그 가격에서도 사긴 하더라고요.]
아이돌이든 스포츠 선수든 팬이라면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암표상들은 이 팬심을 노립니다.
손으론 따라갈 수 없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몇초 만에 표를 사재기한 뒤 웃돈을 얹는 겁니다.
관람객 4명 중 1명은 암표를 사봤고, 상당수는 돈만 떼이는 사기 피해까지 겪었다는 게 공연업계 조사 결과입니다.
[암표 사기 피해자 : 딱 돈을 보내고 나서 트위터에 검색해봤는데 사기 계좌였던 거예요. 피해자가 많았던 상황이어서. 고등학생 07년생인데 30만원까지, 또 100만원까지 사기당한 어른들도.]
암표는 창작자들에게도 고통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공연은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윤동환/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 : 표를 잡아두고 예매 마감 바로 전에 취소를 해요. 그만큼 공연 제작사에는 손해로 돌아오는 거죠. 제작사나 가수보다 지금 암표상들이 더 돈을 많이 버는 시대가 돼버렸거든요.]
이 때문에 암표 처벌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백세희/변호사 : 암표의 문제는 공연의 생산자가 아닌 제3자 즉 암표상의 배만 불린다는 데 있습니다. 가운데 껴서 이득만 챙길 뿐이지 공연의 생태계에는 아무런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망은 허술합니다.
그간 암표 처벌법은 50년 전 현장 암표상 잡겠다고 만든 법이 다였습니다.
[백세희/변호사 : 암표 매매 처벌 조항은 1973년, 50년 전에 처음 신설됐습니다. 조문을 보면 나루터, 이런 오래된 표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이 규정은 온라인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죠.]
지난 2월 매크로를 사용해 암표장사를 하면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매크로인지 알 수 없다면 온라인 암표는 여전히 처벌 못합니다.
또 '공연법'만 바꾼 탓에 스포츠경기와 시상식, 팬미팅 암표는 계속 사각지대입니다.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수준의 법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암표 근절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최재원 기자 , 박세준, 김영묵, 김대호,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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