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뉴질랜드에선 식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달걀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현지 우리 동포들도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꿔가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습니다.
이준섭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뉴질랜드에서 7년째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양현식 씨, 돈가스에 꼭 필요한 달걀 가격이 최근 16%나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달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뉴질랜드에선 올해 초부터 산란계의 공장형 밀집 사육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달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입니다.
가뜩이나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 달걀 수급 문제까지 불거져 걱정이 커져 갑니다.
[양현식 / 돈가스 전문식당 운영 : 다른 달걀뿐만 아니라 채소나 생닭이나 이런 것도 전체적으로 다 올랐기 때문에 장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70%까지밖에 안 올라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상으로 돌아가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보다 12% 올라, 198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토마토가 17%, 감자는 48%가 오르는 등 과일·채소 값이 전체적으로 23%나 상승하며 생활물가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알리스터 어윈 / 뉴질랜드 오클랜드 : (가격이) 거의 다 올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식료품 등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이고 주유 가격도 올랐어요. 게다가 렌트비도 예외가 아닙니다. 결국 식료품과 주유, 주거비용 등이 인상된 거죠.]
이렇게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뉴질랜드 한인 동포들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신제품보다 주로 중고 판매 가게를 이용하는 비율이 늘었고,
[윤희정 / 중고 물품 가게 이용자 : 사실 테이블에 놓는 냅킨도 일반 슈퍼 가면 5달러, 7달러 하는데 2달러밖에 안 돼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구매한 책도) 기본 10달러, 만원?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12~13달러 하거든요. 근데 2달러밖에 안 해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마침 눈에 띄어서 구매했습니다.]
옷 수선을 배우는 재봉틀 강좌처럼 직접 고쳐 쓰는 법을 알려주는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질랜드 내 인건비가 올라가는 만큼 집안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알뜰족이 늘고 있습니다.
[이수정 / 뉴질랜드 오클랜드 : (뉴질랜드는) 수선비가 비싸서 갈 엄두도 못 내고요. 그래서 하는 게 좋고 새로 만들고 싶으면 할인하는 이불 천 같은 거 사서 하면 연습하기도 좋고.]
[이정영 / 뉴질랜드 오클랜드 : 물가가 오르니까 고정 수입에 연금 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연금이 인플레이션만큼 줄어든 거죠, 사실. 뭐 파 한 단을 사도 비싸고 쌀값도 오르고 안 오르는 게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급료가 줄어든 거예요. 바지 길이라도 내가 스스로 줄이는 건 좋지 않겠냐, 배워두면. 그래서 왔습니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경제 상황에 생활비 줄이기에 나선 뉴질랜드 한인들, 현명한 소비 습관과 생활 속 작은 변화 노력으로 경제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YTN 월드 이준섭입니다.
YTN 이준섭 (kwonjs10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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