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영국 유학을 떠난 지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우 남윤호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 ‘코리올라누스’. 선동가 세 치 혀에 갈대처럼 움직이는 민중을 향한 비웃음과 오만한 엘리트를 향한 냉소를 감추지 않는 문제적 작품이다. 대문호의 유산이지만 우리에겐 낯선 이 작품에서 남윤호는 고결하나 오만하고, 용맹하나 지혜롭지는 못했던 고대 로마 장군 코리올라누스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발성부터 남다른 배우로서 탄탄한 기본기와 인물 해석이 돋보이는 열연이었다.
서울 공연을 마치고 8월 진주 공연을 앞둔 남윤호는 “개막 공연 때도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무대에서 극을 잘 구현해내고 저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코리올라누스’라는 인물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칠까가 좀 궁금했다면 궁금했다”고 오랜만에 무대에 선 소감을 말했다. “마지막 공연 커튼콜때는 끝까지 감정을 잘 지키고 마무리하려 했는데 촌스럽게 울컥했어요. 무대가 아주 그리웠고 관객이 기립박수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큰 여정을 끝낸 느낌이 들어 후련하면서 감동을 했습니다. ‘내가 무대가 그리웠구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성벽 밖에서는 ‘볼스키’라는 강적이 위협하고 안으로는 민주주의가 태동하던 격동의 기원전 5세기 로마가 배경이다. 양정웅 연출은 차가운 흑백의 지하 벙커 무대에서 총을 든 전사들, 확성기를 든 선동가들이 격돌하는 현대적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원작 변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찾아낸 고대 로마 장군 이야기로 셰익스피어가 써내려간 영웅비극을 원형 그대로 되살리면서 동시대성을 부여한 것은 연출력의 승리다. 각색에도 참여한 남윤호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에서 각색하고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연출도 같은 생각이셨다”며 “(칼 대신 총이 등장하는 무대였지만)대사에는 원문 그대로 칼을 쓰고 ‘총’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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