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2일 중앙선관위에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 서류를 냈다. 지난 17·18·19대 대선에 이어 네 번째 대선 도전이다. 지난 세 차례는 모두 당내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정식 대선 후보 등록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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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는 “내가 대통령 되면 너 감옥 가, 이런 식의 싸움을 끝내고 더는 감옥가는 대통령이 없는 정치를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대 및 측근, 가족 비리를 지목하며 ‘비호감 대선’을 치루는 걸 보다 못해 “나라도 나서야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Q :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나왔나.
A : 이번 대선을 보면서 ‘아이고, 왜 대선이 이렇게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신공격에 마타도어에 공약이라고 내놓는 게 포퓰리즘이다. 결정적으로 대선에 개헌의 ‘개’자도 안 나온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전혀 생각들이 없다. 내가 당선이 안더라도 대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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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출마 회견때 ‘대통령병 도졌냐’는 말을 듣는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런 얘기까지 감수하는 이유가 뭔가.
A : 저거 미친놈 아니냐. 대통령병 걸린 사람 아니냐. 별의별 비난, 야유, 조롱이 다 나올 걸 안다. 그런데 내가 욕을 먹고, 조롱과 야유를 받더라도 국민들이 대선에서 권력구조 문제, 개헌 문제를 모르고 넘어가는 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안 좋은 것이다.
손 전 대표는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말을 또렷이, 많이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해선 “여기서 평가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10여년 전 내가 대선 준비 때 이미 기본소득 전공 교수를 두 번이나 모셔 토론하고 회의한 적이 있다”며 이 후보측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
Q : 경기지사 선배로서 이 후보의 경기 청년배당·지역화폐 등을 평가한다면.
A :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든 뒤 한국 복지는 상당히 발전했다. 그걸 조금 더 나눠준다? 청년들에게 돈으로 준다는 게 과연 대통령이 해야 될 정책인가. 청년 정책의 기본은 기술을 향상시키고 기술산업을 육성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거다. 나는 경기지사 재임 4년간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등을 통해 일자리 74만개를 만들었다. 청년들에게 현금 주고 비정규직 제공해서 잠깐 좋아하도록 하는 건 과거 막걸리, 고무신 선거의 공개화, 대중화, 선거전략화라고 본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금 대통령 돼도 두 사람이 싸우면서 내가 대통령 되면 너 감옥 가, 이런 식의 싸움"이라면서 "감옥가지 않는 대통령을 만드는, 대통령이 불안하지 않는 정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치언박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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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12년 ’저녁이 있는 삶’ 문구를 처음 선보였다. 윤석열 후보는 주 52시간제 수정·폐기를 주장하는데.
A : 윤 후보가 ‘주 120시간’을 이야기한 건 실제 그런 의도였다기보다는 정치적 언어 사용이 미숙해서 그렇게 (말이) 나온 걸로 본다. 저녁이 있는 삶은 퇴근 후에도 회사에 묶여 일을 하거나 밤새도록 2차, 3차 회식가지 말고 저녁에는 집에서 개인의 삶을 살고 공부, 재충전을 하자는 것이다. 다만 저녁이 있는 삶을 유지하려면 그걸 뒷받침할 경제적 토대가 필요하다. 느닷없이 주 52시간 하고, 6시 퇴근하려니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웬만한 기업도 감당을 못한다. 사업장별로 점차적으로, 융통성있게 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 이념 지향적인 것(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 정치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지 않는가”라며 “대통령제에서 양당의 극한대결이 심화하는 걸 막기 위해 독일식 의회 민주주의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신선한 사람, 새로운 사람이 좋지만 나라를 경영하는 기본적 자질과 그걸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출마의 변도 남겼다.
Q : 돈도 조직도 사람도 없다고 했다. 완주할 건가.
총선 뒤 타고 다니던 차도 한 대 처분했다. 운전기사도, 비서도,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벌써 출마 선언 사흘만에 (긍정적) 반응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엊그제는 ‘아이구, 손학규 아주 잘됐다. 찍을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찍을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호응이 점점 커져서 ‘맞아, 대통령은 할만한 사람이 해야지’라는 함성이 생기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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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대선판의 “저평가 우량주”로 표현한 손 전 대표는 다만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 등 제3지대 다른 후보들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답변할 질문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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