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기일에 온 아들의 문자…엄마는 눈물 쏟으며 답장을 썼다

2022.01.22 방영 조회수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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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 공무원을 꿈꾸던 故 김후빈씨는 늘 자신보다 엄마와 동생이 먼저였다고 한다. 사진 정은재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엄마 나 후빈. 폰 떨어뜨려 액정 나갔어. 임시폰 받은 건데 문자만 가능. 부탁할 거 있어” 이른 시간 날아든 문자를 본 순간 정은재(56)씨는 숨이 턱 막혔다고 했다. 낯선 번호의 발신자는 자신을 “후빈이”라고 칭하면서 정씨를 엄마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상품권을 신청했는데 휴대전화 인증이 안 되니 대신 계좌인증을 해달라”고 했다. 2년 전 세상을 뜬 정씨의 아들을 사칭한 문자였다. 공교롭게도 첫 기일을 앞둔 작년 이맘 때에도 비슷한 문자가 왔었다. “보이스피싱으로 아들을 잃었는데 다시….” 정씨는 미어지는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손으로 “엄마한테 와”라고 답했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범인의 꼬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에서다. 그러나 발신자는 교묘히 대답을 피했고 정씨는 허탈감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고 했다. 경찰이 “중국에서 보낸 메시지 같다. 저희가 추적할 테니 번호는 차단하시라”고 했지만, 아들의 기일을 앞둔 엄마는 분한 마음에 아직도 문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 ‘그놈 목소리’에 아들 잃은 엄마 한때 코미디언을 꿈꿀 정도로 유쾌했던 故후빈씨(오른쪽) 덕에 가정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정은재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씨는 2020년 설 명절을 앞두고 첫째 아들을 잃었다. 세상을 등진 아들의 휴대전화에선 “금융 범죄에 연루됐다”며 송금을 요구하는 남성과 울먹이는 후빈씨의 목소리가 담긴 통화녹음이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발신인은 11시간에 걸쳐 후빈씨를 압박했다. 배터리 부족으로 통화가 끊어지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공개 수배하겠다”고 윽박질렀다. 협박을 이기지 못한 후빈씨는 은행에서 420만원을 찾아 전북 순창에서 서울까지 올라왔지만, 결과는 사기였다. 자신의 실수로 범죄자가 됐다고 생각한 20대 청춘은 휴대전화에 유서를 남기고 옥상으로 갔다. 그는 삶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정씨 가족의 시간은 멈춘 듯 보였다. 수사기관이 ‘가짜 김민수 검사’ 서모(47)씨 등을 붙잡아 법정에 세웠지만, 엄마의 한은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1심 재판부는 서씨 등에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의 절반도 안됐다. 엄마는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서씨 일당의 불복으로 2심이 시작됐을 때도 ‘혹시 형량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재판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정씨는 매번 아들 영정을 들고 법정 맨 앞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시작된 2심은 서씨 측 변호인의 요청과 병합심리 여부를 결정하느라 두 차례 연기된 상태다. 정씨는 “재판이 늘어지면서 고통의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며 “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 '울 아들 D+731' 아들의 비극은 일상에서도 엄마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최근 정씨는 한 NGO 단체에 후원하겠단 뜻을 전했다고 했다. TV에서 배를 곯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단체에서 후원자 등록을 위해 정씨에게 카드번호를 묻자 덜컥 의심이 들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단체 후원계좌로 직접 입금하기로 한 뒤에야 마음 놓고 후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엄마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전주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둘째 아들이 전북 순창 본가로 내려왔다. 가족이 같이 있어야 상태가 나아질 거란 상담사 조언에 따라서다. 하루하루가 힘겹다면서도 엄마는 더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달라”는 아들의 마지막 부탁을 꼭 들어주겠다는 다짐에서다. 22일 아들의 묘지를 찾아 각오를 되새기기로 했다. 메신저 대화명에 아들이 떠난 후부터 시간을 기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21일 그의 대화명엔 ‘울 아들 D+731’라고 적혀있었다. “처음엔 가짜 김민수를 잡을 때까지만 카운트하려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그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러야 아들이 편안해질 것 같더라고요. 그때까진…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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