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뽜에요“ K패치 번역에 티켓불티…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2022.10.01 방영 조회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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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임창정, 정성화(사진), 양준모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에 이어 지난 8월 전세계 최초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샘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혼 후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되자, 할머니로 분장해 유모로 위장 취업하는 철부지 아빠. 전처에게 할머니 같은 목소리로 전화 걸기까진 성공했는데 이름을 물어오자 말문이 막힌다. 그때 들려오는 행인들의 말소리. “잘생기면 다 오뽜~에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한국 버전에서 주인공 다니엘의 위장 신분 ‘다웃파이어’란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명배우 고(故) 로빈 윌리엄스의 동명 할리우드 가족 영화(1993) 토대의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지난해 12월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후 지난 8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며 흥행 중이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 한달째인 지난달 30일 인터파크 뮤지컬 예매 순위에선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시즌5에 접어든 ‘킹키부츠’ 같은 인지도 높은 공연들에 이어 3위를 지켰다. 초연으론 작지 않은 성공이다. ━ 김문정 "주인공 죽지 않는 행복한 뮤지컬" 비극이 주를 이루는 최근 뮤지컬들 가운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온가족이 즐길만한 작품이란 점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이 뮤지컬에 참여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이 작품을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주인공이 죽지 않는다는 것”이라 짚었다. 영화는 1987년 영국 소설『마담 다웃파이어』를 토대로 ‘나 홀로 집에’ ‘해리포터’ 시리즈 등을 만든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35년 전 소설에서 탄생한 기발한 이혼 가족 설정이 이혼률이 높아진 요즘 한국 사회에 더욱 와닿는다. 이혼 전 어린 삼남매의 친구 같은 아빠로 지내며 집안일과 양육 문제는 나몰라라 했던 다니엘은 가짜 유모가 되어서야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온 전처 미란다의 고충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공감 가는 가족사를 다니엘 역의 3인 3색 주연 배우 임창정‧정성화‧양준모가 각기 다른 개성의 웃음으로 그려냈다. 한국식 유머 코드를 살린 ‘K패치’ 대본의 힘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500여편 영화 및 뮤지컬 대사를 한국말로 옮긴 황석희 번역가가 한국판 대본에 참여했다. 최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황 번역가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해외 원작 공연을 똑같이 옮겨야 하는 ‘레플리카(Replica)’가 아니라 ‘논레플리카(Non-Replica)’여서 각색의 비중이 컸다. 대사를 새로 쓴 장면도 있다”면서 “긴가민가했던 번역을 연기로 설득시킨 배우들의 아이디어, 연출이 빛났다”고 공을 돌렸다. 김동연 연출은 “한국 정서에 맞게 톤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면서 “코미디 특성상 어떤 대명사나 상황이 즉각적으로 관객들과 소통되어 웃을 수 있어야 작품 본연의 호흡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임창정 '소주 한 잔'·백종원 패러디…K패치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11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사진 샘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니엘이 ‘다웃파이어’란 이름을 즉흥적으로 내뱉는 장면은 영화에선 ‘경찰이 방화를 의심하고 있다(Police Doubt Fire Was Accidental)’는 신문 기사 제목에서 따왔다는 설정. 이를 복잡한 설명 없이 한국말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후보군도 거쳤다. 황 번역가에 따르면 ‘다 우파에요’도 고려했지만 정치적 표현이 부담스러워 지금 대사로 정했다. 주연 배우별 애드리브도 다르게 했다. 가수인 임창정은 자신의 히트곡 ‘소주 한 잔’을 애드리브로 부르고, 정성화‧양준모는 각각 출연한 뮤지컬 전작 ‘킹키부츠’ ‘지킬 앤 하이드’를 오마주하는 식이다. 이효리의 ‘텐미닛’, 셰프 고든 램지와 백종원을 연상시키는 유튜버 등 친숙한 대중 문화가 매공연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다웃파이어가 서툴게 요리하다 가짜 가슴에 불이 붙는 영화 속 명장면, 여러 명의 다웃파이어들에게 쫓기는 악몽 장면은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더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판타지적인 효과를 냈다. 보사노바‧재즈‧발라드‧록부터 비트박스‧힙합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90년대 영화를 요즘 감각으로 되살려낸다. ━ '부산행' 특수분장 회사의 다웃파이어 마스크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다니엘(임창정, 사진)이 여러 명의 다웃파이어 환영에 시달리는 장면. 사진 샘컴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2시간 넘는 공연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다웃파이어 부인에서 다니엘로 변신하는 장면을 공연마다 18번 씩 해내는 주연 배우들의 순발력엔 박수가 터져 나온다. 영화 ‘기생충’ ‘부산행’ 등의 특수분장 회사 셀(Cell)이 극 진행 중 빠르게 벗고 쓸 수 있는 다웃파이어 마스크를 고탄력 실리콘으로 제작했다. 이번에 10여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임창정은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2~3㎏씩 몸무게가 줄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극중 배경이 미국으로 소개되다 보니, 한국판 현지화의 적정선을 찾는 것도 숙제였다. 황 번역가는 “무조건 K패치, 배우 개인기에 의존하면 뮤지컬이 아니라 코미디 쇼가 돼버릴 것 같았다”면서 한 예로 “미국 버전에선 음식 배달부가 등장할 때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흉내냈다면, 한국판은 한국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고 웃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해리포터’ 패러디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성인 관객도 겨냥한 작품이다 보니 브로드웨이 버전부터 있던 성적 뉘앙스의 농담들은 한국식 은어로 살려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평단에서도 K패치의 성공 사례로 보고 있다. 월간 ‘더 뮤지컬’ 박병성 국장은 “코미디는 문화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미국판을 그대로 옮겼다면 재미를 주지 못 했을텐데 한국식 문화를 잘 살린 번안이 원작의 의도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지혜원 교수(문화예술경영학과)는 “브로드웨이 공연이 관광객 타깃인 것과 달리 한국은 로컬 관객, 회전문 관객 시장인데 그런 특성에 맞게 현지화를 시도했다”면서 “다만, 미국이란 배경 설정이 우리 식 유머가 들어가면서 많이 흔들렸다. 배우 별로 다른 애드리브와, 유행성 소재가 많이 활용돼 장기 공연한다면 불안정성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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