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n번방 피해자" 악랄한 반전…1200개 성착취물 '엘'이었다

2022.11.25 방영 조회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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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통칭)이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물을 뜯어냈던 곳은 서울과 8300㎞ 떨어진 호주였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해외에 숨어 성착취물을 2년 가까이 제작해왔던 셈이다. A씨 자택 압수수색 때 전자기기 탐지견이 동원됐다. 사진 서울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호주 시드니 교외에 있는 한 주택.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들과 호주 연방 경찰(AFP) 아동 보호팀은 ‘인버록(Inverloch)’이라는 작전명 아래 함께 움직였다. 서울청 전담수사팀(TF팀) 편성 후 석 달 가까이 쫓아온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 20대 중반 A씨의 자택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다. 도주나 증거 인멸 등을 우려해 수사 상황은 비밀에 부쳐졌다. A씨가 다른 전자기기 등을 몰래 숨겨놨을 가능성도 고려해 현장에는 탐지견 1마리도 동원됐다. 윤영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사이버수사 2대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텔레그램 성착취 유력용의자 A(일명 '엘') 호주경찰 공조 현지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거 당시 A씨는 본인이 사건의 주범 엘이라는 것을 부정했다고 한다. “이 사건 범인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영상들이다”라며 해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발견된 그의 휴대전화 2대 가운데 1대에서는 인터넷에 유포되지 않고 언론 등에 알려지지 않은 영상들이 나왔다. 범행을 발뺌하던 A씨를 체포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증거였다. 해당 휴대전화에서는 A씨와 피해자가 직접 연결됐던 텔레그램 계정도 확인됐다고 한다. A씨 신병이 확보된 건 최초 피해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기 위해 범죄 관련 해외 기업에 대해 140차례에 이르는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필요 자료를 확보했다. IP(인터넷 접속 주소) 등 A씨 신원을 특정한 뒤 지난달 19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지난 23일 A씨를 거주지에서 붙잡는 데 성공했다. 현재 그는 호주 현지에서 구금 중이다. 윤영준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이번 검거는 한국 경찰이 호주 경찰과 협조해 범인 검거에 기여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인 A씨는 2010년부터 호주에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아동·청소년 최소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200여개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조력자·협박범·피해자 등 ‘1인 3역’의 교묘한 수법을 쓰면서 피해자에게 접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등을 사칭해 텔레그램 접속을 유도(조력자)하거나 피해자를 협박해 알몸을 촬영(협박범)했다.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피해자 행세도 했다. ━ n번방과 달랐다…국내 송환 언제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n번방처럼 과거 유사 사건의 조주빈·문형욱 등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정적인 텔레그램 단체방을 두지 않고 방의 개설과 폭파를 수시로 반복하며 성착취물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 대화명도 자주 바꿨고 계정도 여러 개였다고 한다. A씨의 이런 행동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는 시도로 추정된다. 또한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으로 A씨가 금전적 이익을 본 정황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목적의 범행이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나 추가 피해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신상공개 여부나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 적용할 수 있는 추가 혐의 등은 송환 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A씨와 함께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피의자 15명도 붙잡아 13명을 송치(구속 3명)했다. A씨가 제작한 성착취물을 판매·유포·소지·시청하거나 피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한 10명도 추가로 검거해 8명을 송치(구속 3명)했다. 각 혐의에 대한 나머지 공범·방조범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A씨 송환 시기는 확답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호주 경찰이 A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 등으로 기소 의지를 밝히면서다. 호주의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A씨 국내 송환이 수일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 관계자는 “호주 수사 상황과 별도로 한국에서도 송환을 추진해 신상을 공개하는 등 A씨가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대 출신 강광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산)는 “호주 경찰이 형사 절차를 통해 A씨를 처벌까지 한다고 하면 송환에 어려움이 있어 외교 및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짚었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난항으로 꼽히는 텔레그램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협조 요청에 텔레그램 측이 응하지 않아 텔레그램을 뺀 인터넷에 남은 모든 흔적 등을 조각조각 맞추는 방식으로 A씨를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n번방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텔레그램은 지금껏 경찰의 수사 요청에 답한 적 없다”며 “서버 확인을 통한 수사 등이 불가능해 관련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n번방 사건을 뒤잇는 A씨 범죄 행각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8월이다. 당시 A씨는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지난 8월 31일 6개 팀 35명 규모의 TF팀을 편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 1월 경기도 파주경찰서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내부 규정 등을 이유로 수사가 지지부진해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진 직후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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