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밖은 겨울' 주연 배우 한선화를 1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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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이렇게 예쁜데, 올가을은 길을 한 번 못 걸어봤어요. 11월 말까지 촬영 스케줄이 꽉 찼어요. 올해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어요.”
새 영화 ‘창밖은 겨울’ 개봉(24일) 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한선화(32)의 말이다. 지난해 주연한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이 티빙 오리지널 역대 최고 흥행(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기준)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은 그다. 다음 달 출시할 ‘술도녀’ 시즌2까지 신작이 잇따른다.
지난해 독립영화 ‘영화의 거리’를 시작으로 선보인 영화 출연작만 ‘창밖은 겨울’이 6편째. 조연을 맡은 상업영화 ‘강릉’(2021), 특별출연한 ‘대무가’에 더해 올해 각각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차례로 상영한 ‘걸스 인 더 케이지’ ‘교토에서 온 편지’ 등이다.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2016년 탈퇴한 그다. ‘전업 배우’가 되기 전부터 KBS ‘광고천재 이태백’(2013) SBS ‘신의 선물-14일’(2014) 등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논란 없이 배우의 입지를 다져왔다. 영화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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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해…고향 사투리 쓰는 작품 반가웠죠
영화 '창밖은 겨울'.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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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창밖은 겨울’은 촬영 순서로는 한선화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 2년 전 부산 배경의 첫 스크린 주연작 ‘영화의 거리’ 촬영을 마치고 불과 열흘 만에 경남 진해로 가 ‘창밖은 겨울’을 촬영했다. “제가 방향을 틀었다기보다 인연으로 다 한 것 같아요. 연기를 전공한 게 아니어서 독립영화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부러웠거든요. 원래 부산이 고향이라 평소 부모님과 통화할 때 사투리를 쓰는데, 마침 사투리 쓰는 영화 두 편을 제안받았죠. 고민할 것 없이 하겠다고 했죠.”
그가 설명하는 ‘창밖은 겨울’은 “슴슴하니 멋 내지 않은 일상적인 영화”다. 그가 맡은 영애는 진해 토박이로, 버스터미널 매표소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야무진 성격의 직원이다. 영애는 서울에서 영화를 하다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와 버스운전사가 된 석우(곽민규)와 누군가 버스에 놓고 내린 MP3로 얽히게 된다. “사실은 버리고 싶은데 잃어버린 척하려는 게 아닐까요?” 하는 영애는 자신도 버리고 싶어 잃어버린 척한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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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미쓰 양 합니까!" 한선화표 캐릭터
영화 '창밖은 겨울'.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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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는 “영애의 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영애가 가진 온도가 궁금해서 촬영 전 엄마와 시외버스를 타고 진해에 다녀왔다”고 했다. “진해라는 곳이 너무 좋았어요. 아늑하고 소박하고 잔잔하니. 저 되게 아날로그한 사람이거든요. 애써 뭘 하기보단 그 순간에 몰입해서, 진짜 그 마을에 살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영애가 되찾으려는 무언가는 10대 시절까지 선수생활을 한 탁구와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해 촬영 전부터 탁구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단다. “작품 준비할 때 제가 저를 못 믿어서 지지고 볶고 한다”면서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 이슬 포스터. 사진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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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는 언뜻 ‘술도녀’의 밝고 긍정적인 요가강사 지연과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닮은 구석도 엿보인다. 터미널의 남자 직원들이 젊은 여성인 자신에게 담배 피우는 걸 지적하거나, ‘미쓰 양’ 하고 부르면 “요즘 누가 미쓰 양이라 합니까. 제 이름 불러야죠!” 똑 부러지게 바로잡는다는 면에서다. 여자아이돌격투대회를 다뤄 부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걸스 인 더 케이지’의 예능작가 역에도 이런 면모가 이어진다. ‘한선화 표 캐릭터’가 생긴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럼 너무 성공적”이라며 활짝 웃었다.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때도 많지만 실제로도 솔직한 편이에요. 영애는 석우를 이끌어주는 멋있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적극적인 면은 저와도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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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녀' 사랑스러움 전부 아냐…매작품 새롭죠
영애처럼 버리고 싶었던 게 있느냐고 묻자, “어렸던 시간, 어리숙했던 마음”을 들었다. 갑작스레 가수생활을 그만두고, 연기자로 넘어가던 시기다. “어리숙했기 때문에 부족하게 보일 때도 있었고 근데 또 그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테니까 버리고도 싶고, 간직하고도 싶죠.”
그는 “남들에게 보이고 평가받는 직업이지만 스스로 인정이 안 되면 용납하지 못 하는 성격”이라면서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어떻게 흘러가나, 두고 보는 편”이라고 했다. ‘술도녀’의 성공 이후로도 “저는 그대로다.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건 맞지만, 연기하는 데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각인돼서 지금껏 해온 다른 역할들이 빛을 못 보진 않을까, 싶더라.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소개하려면 여기에 젖지 않고 다음 스텝을 가야 한다”고 했다.
‘술도녀2’에 임하는 자세는 어떨까. “지연이는 목소리 톤이 높아서 안 하다가 하려니까 성대가 아프고 힘들기도 했어요.(웃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죠.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재밌는 아이디어, 포인트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밀고 가려 해요. 매 작품 새롭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죠.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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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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