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6m" 명령에 함정 요동쳤다…120억 들인 실전같은 훈련

2022.11.27 방영 조회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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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조함훈련실에서 승조원이 통제관의 상황 부여에 따라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해 해군 교육사령부 조함훈련실 체험 실전 같은 해군 VR(가상현실) 함정훈련 DDH(충무공이순신함)형 실내 VR훈련장 승조원들, 통제관 명령에 팀플레이 훈련 시드니항 전경, 그림처럼 화면에 나타나 장병의 생존 걸린 VR 함정 손상통제훈련 훈련관이 “파고 6m”라고 하자 실내 훈련장에 설치된 모형 함교가 들썩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함정에서 함장이 지휘하는 곳인 함교 창문 너머로 파도가 넘실댔다. 훈련관이 다시 “천둥, 비”라고 임무를 내리자 번갯불이 사방에 번쩍이며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훈련관의 임무는 계속 떨어졌다. 함교에 배치된 당직 사관과 레이더 부사관 등은 바쁘게 조치했다. 훈련관이 “안개”라며 새로운 상황을 부여하자 사방이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시정은 갑자기 악화됐다. 그러다 “시정 10마일”을 지시하자 사방이 또렷해졌다. 모두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로 구현한 것이지만, 실제처럼 보였다. 해군 조함훈련실의 DDH(충무공이순신함)형 가상 함교. 실제 함정 크기의 54%이지만 가슴 높이의 유리창, 레이더 스코프와 방향타 등 대부분 장치들이 실제와 같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시정 연안, 항해요원 배치” 실내 모의함정이 가상 상황에서 평택항에 들어가는 중 시정이 2마일(3.7㎞)로 나빠지자 당직 사관은 “저시정 연안, 항해요원 배치”를 명령했다. 항해요원은 함정 좌우에서 갑자기 물체가 나타나는 지를 관측하는 견시병 등 안전요원을 말한다. 견시병은 비가 아무리 많이 오거나 추워도 함정 실외에 서서 바다를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부유물이나 다른 배가 다가오는 지 관찰한다. 기상 상황이 더욱 악화해 주변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자 다른 배와 해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2분마다 기적을 울렸다. 훈련관이 “시정 4000야드(1야드=0.9144m)”라고 하자 안개가 살짝 걷히기 시작했고, “시정 6000”에 이어 “현 시점 3마일”이라고 하자 거짓말처럼 주변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해군 조함훈련실 화면에 나타난 시드니 항구 오페라하우스. 통제관이 "시드니"라고 지시하자 시드니항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등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0억원 들인 VR 조함훈련실 지난 11월 4일 경상남도 진해에 위치한 해군 교육사령부 전투병과학교 조함훈련실의 DDH(충무공이순신함급 구축함)형 가상 훈련실에서 이뤄진 훈련 상황이다. 이 훈련실은 DDH를 본떠서 만든 가상 함교인데 실제 크기보다 약간 작았지만(실물의 54% 크기) 구조는 거의 같았다. 가슴 높이의 유리창, 레이더 스코프, 방향타(함정의 속도와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 각종 모니터 등이다. 2001년 공사에 착수해 2차례의 성능을 개선하는 등 모두 120억원을 투입했다. 조함훈련체계에는 최신 VR 기술은 물론,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이 모두 동원됐다. 훈련 과정에는 주로 항구 출·입항, 저시정 항해, 야간항해 등 기본훈련은 기본이다. 투묘(바다에 닻을 내려 선박이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게 고정하는 것), 인명 구조, 부이(기상 관측 등을 위해 바다 위에 띄우는 물체) 계류, 기뢰 해역 통과, 해상 보급, 해안 접안 및 이안 등 다양한 일반 조함훈련도 한다. 컴퓨터와 AI 이용해 실제와 유사하게 훈련 VR은 컴퓨터와 AI(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실제와 유사한 환경이나 상황 또는 그 기술 자체를 말한다. 비행훈련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이다. 조종사가 시뮬레이터 앞에 앉으면 공중과 지상이 화면에 모두 나타나고, 조종사가 비행기를 실제 조종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AR은 VR이 만든 상황에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는 대상물과 관련된 정보를 컴퓨터가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차량용 HUD(Head Up Display)가 그 사례다. MR은 VR과 AR을 결합한 형태다. 해군은 가상공간의 조함훈련실 구축을 위해 국내 31개 항구와 외국의 78개 항구에 대한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해도와 구글 등 영상자료를 활용해 국내·외 항구의 구조와 바다 속 지형까지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남포항 등 북한의 주요 항구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까지 확보해두고 있다고 한다. 조함훈련실장 박정현 중령은 “해군 장병들이 우리 함정을 타고 해외로 갈 때에는 방문할 외국 항구 출입을 위해 이곳에서 몇 차례 숙달훈련을 받고 간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요코스카에서 열린 관함식에 참가했던 해군 군수지원함인 소양강함 승조원들도 조함훈련실에서 2번 훈련받았다. 지난 3년 동안 이 훈련실에서 연평균 2851명이 조함훈련을 받았다. 개인 숙달 뿐 만아니라 같은 함정을 타는 승조원들의 팀워크 훈련도 한다. 해군 조함훈련실에서 통제관이 ″쌍안경″이라고 지시하니 실제 쌍안경으로 보는 것처럼 확대된 항구의 전경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상화면이지만 오페라하우스가 한 눈에 이날 훈련을 계속 이어졌다. 조함훈련실장인 박 중령이 시드니항으로 가자고 하니 바깥 화면에 시드니항이 펼쳐졌다. 가상이지만 멀리서 본 시드니항은 아름다웠다. 오페라하우스와 시드니 하버브릿지가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전탐 임무를 맡고 있던 이상준 원사가 “오른쪽 15도 잡아”라고 하니 가상 함정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시드니항 전경이 점점 가까이 들어왔다. 이윽고 함정은 잔잔한 파도와 그림처럼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하버브릿지를 향해 나아갔다. 박 중령은 훈련 속도를 높이기 위해 “2배속”“8배속”을 연속 지시했다, 그러자 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드니항 입구로 더 신속하게 다가갔다. TV에서 영상물을 빨리 재생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훈련 중에 특이한 것은 “탑 뷰(top view)”라고 지시하니 헬기를 타고 높은 상공에서 시드니 항구를 바라보는 장면이 화면에 나타났다. 또 “쌍안경”을 지시하니 마치 쌍안경으로 볼 때처럼 원 두 개가 절반쯤 겹친 형태의 화면 속에 확대된 영상이 나왔다. 실제 낮선 항구에 들어갈 때 쌍안경으로 접안할 부두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과 동일한 훈련이었다. 함정에 화재 또는 파공이 생겼을 때 훈련 받은 대로 수칙에 따라 침착하게 대처하라는 손상통제 10계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고 3m” 지시하자 배가 들썩이는 느낌에 속이 울렁거려 취재팀은 바로 옆에 있는 개인 조함훈련실에 갔다. 이곳은 대체적으로 초급 간부 훈련을 위한 가상 훈련장이다. 앞서 DDH형 훈련실에선 함교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들이 팀을 이뤄 주위 360도로 설치된 대형 화면에 나오는 상황을 보면서 훈련을 하는데 비해, 개인 조함훈련실에서는 1명이 헤드셑(HMD)을 착용하고 훈련한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여러 명이 HMD를 착용한 채 가상증강(AR) 상태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개량할 계획이다. 특히 메타버스 환경에선 여러 함정이 동시에 작전하는 상황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엔 70억원 가량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개인 조함훈련실의 특이점은 HMD를 머리에 착용한 상태에서 “파고 3m”라고 지시하니 파도에 배가 들썩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박 중령은 “파고 3~5m 상황을 부여해 20분가량 훈련하면 실제 구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군 손상통제실습실에서 훈련을 위해 가상으로 발생시킨 화재가 화면에 나타나 있다. 이 화재 장면은 헤드셑인 HMD에서도 꼭 같이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함정에 구멍 생기거나 화재 발생 대처훈련 이날 취재진이 자동차로 이동해 두 번째 체험한 곳은 해군 교육사 손상통제훈련실이었다. 함정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함정에 구멍(파공)이 뚫려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 긴급하게 복구하는 훈련이다. 말 그대로 함정에 손상이 생기는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임무다. 해군은 실제 바닷물이 들어오는 상황을 만들어 훈련도 하지만, 이곳에선 VR로 한다. 실전에서 함정 내부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파공이 나면 심각하다.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바다 한복판에서 함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손상통제훈련실 벽에는 “모든 단계에 따라 구출하고, 함정에 대한 희망을 가져라!”는 등 ‘손상통제 10계명’이 큰 글씨로 부착돼 있었다. 함정을 함부로 포기하지 말고, 당황하지 않은 채 평소 훈련한 수칙대로 조치하면 생존할 수 있다는 강조다. 실제 함정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파공이 생기면서 실내등까지 꺼지면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아차하면 생명을 잃는다. 깜깜한 실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아야 하고, 유독가스와 함께 물과 기름이 섞인 곳에서 뜨거운 불길을 진화해야 한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수칙에 따라 순서에 맞춰 침착하게 대처하는 훈련이다. 해군 손상통제 실습실에서 VR을 이용해 가상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머리에 착용한 HMD에는 가상 화재가 실제처럼 전개된다. 소방복을 착용하고 화재를 진압하려 다가가면 뜨거운 불길도 느낀다. 소화용 호스를 작동하면 HMD로 보는 화면에 소방호스를 통해 세찬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상 화재 진화인데 소방복에 불길 느껴 기자는 손상통제체계 운용교관인 김용호 상사가 지시한대로 HMD와 특수장갑, 소방복을 착용한 뒤, 소화용 호스를 잡았다. 김 상사가 화재 상황을 부여하니 HMD로 보는 가상 함정 내부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HMD를 착용한 채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다가가니 금세 뜨거운 불길을 느꼈다. 소방복 내부의 발열장치가 열을 발생해 실제 불길의 열처럼 느끼도록 한 것이다. 소방복 내부는 섭씨 8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소방용 호스의 손잡이를 당기니 HMD의 화면 속에서 강력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소화용 물이 호스 끝으로 나올 때 반작용으로 밀리는 느낌까지 구현하고 있었다. 물이 호스 끝에서 나갈 때 그 반작용 세기에 맞춰 가상 소방호스가 7㎏의 압력으로 뒤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훈련을 받을 때 그 압력을 버티면서 VR이 구현한 화면 속에서 물을 정확하게 뿌려야 가상 화재가 진화된다. 손상통제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포함해 3~4시간 받는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공 생긴 곳에 매트 부착해 방수조치 함정에 파공이 생겼을 때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적이 쏜 함포에 맞거나 어뢰나 기뢰 등에 의해 함정이 손상됐을 경우다. 자칫 함정이 침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상정해 VR 시스템으로 훈련한다. 구멍이 생긴 곳에 방수 매트를 신속하게 부착하고 지주목을 받혀 매트가 버틸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방수조치가 완료한 뒤 보고하면 훈련이 종료된다. 해군은 앞으로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운용하는 훈련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인구 절벽 현상에 따라 병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상황을 극복하고, 북한과 중국 등의 다양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무인 전투체계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해군 유·무인 복합체계 가상 훈련장 추진 해군의 무인 전투체계는 기존의 유인 함정을 기반으로 원격 운용하는데 자율 또는 반자율 운항이 가능하다. 특히 무인 해양전투체계는 사람이 타지 않아 크기가 작은데다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다. 적의 레이더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그래서 해군은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바다 유령’이라는 뜻에서 ‘Navy Sea Ghost’로 이름을 붙였다. 해군이 구상하는 ‘바다 유령’은 수상과 수중, 공중 등 모든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AI를 기반으로 하는 초지능형이다. 통신 네트워크도 매우 빠르고 효과적인 초연결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적은 보지 못하지만 우리 해군은 적의 동태를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유사시에는 적이 알아채지 못하는 부지불식간에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군의 손실과 장병의 인명 피해도 최소화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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