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주택가에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서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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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인근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3시간 만에 생포됐다.
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쯤 2살 난 수컷 그랜트얼룩말 '세로'가 탈출했다. 그랜트얼룩말은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지만 세로는 지난 2021년 이 공원에서 태어났다. 세로는 공원 내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빠져나간 뒤 10차선인 천호대로를 달려 내려갔다.
이후 2시 43분쯤 어린이대공원 직원이 얼룩말이 탈출했다며 소방에 신고했고 곧바로 경찰과 소방이 포획에 나섰다. 인근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내다봤더니 얼룩말이 성큼성큼 뛰어가고 그 뒤를 119차, 구급차와 무전기를 든 대공원 관계자들이 허겁지겁 뛰어가더라”며 “얼룩말이 웬만한 차만큼 빨랐고 윤기가 좌르르하니 예뻤다”고 했다. 도로를 따라 700m 가량 내달린 세로는 한 유치원 앞에서 방향을 틀어 주택가로 들어갔다. 이에 경찰과 소방은 골목 통행로에 그물을 설치해 세로가 다른 골목으로 달려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인근 주민 방종순(61)씨는 “점심 먹고 강아지랑 산책을 나왔다가 얼룩말을 만났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놀라서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숨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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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갇힌 세로는 오후 4시 40분쯤 마취총 두 발을 맞았으나 한참을 어리둥절한 듯 서 있었다. 마취총 6발을 맞은 뒤에야 약발이 돌기 시작했다. 세로는 서서히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옆으로 쓰러졌다. 회색 덮개에 싸여 1톤 트럭에 실린 세로는 오후 6시쯤 5명의 직원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채널은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세로의 반항시대가 시작됐다”며 “집에도 안 들어오고 캥거루랑 싸웠다”며 반항적인 세로를 길들이기 위해 사육사가 손으로 밥을 주고 장난감을 주는 등의 모습을 소개했다.
최서인·김민정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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