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가는 농부, 양 치는 목동, 바다를 떠 가는 돛단배…
이 평화로운 풍경을 예찬한 시가 있습니다.
'날개의 밀랍을 녹여버린 태양 아래 땀 흘리는데, 앞바다에 사소한 풍덩 소리. 아무도 몰랐던 이카로스의 익사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태양까지 날아오르던 이카로스의 추락이 이렇게 우스꽝스럽습니다. 신의 섭리를 거스른 오만과 욕망의 결말 따위는 하찮다는 뜻입니다.
수프 한 그릇을 사람들이 서로 떠먹으려 합니다. 숟가락이 길어 입에 넣기도 힘든데, 내가 다 먹겠다고 아귀처럼 달려듭니다. 모두가 굶주리는 지옥입니다.
여인이 맞은편 남자에게 수프를 떠먹여 줍니다. 서로 도와 배불리 먹는 천국입니다.
백 일흔다섯 석 날개를 단 민주당이 대기권이라도 뚫을 기세입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한 수사가 "정치 검찰의 사건 조작"이라며 특검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검찰청 술자리,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수사도 특검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조 대표는 1, 2심 모두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법리를 따지는 대법원 최종심만 남았습니다. 정경심 전 교수는 대법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했습니다.
법원은 울산 선거 사건에 연루된 황운하 의원에게도 1심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조작했다는 사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민주당이 하는 말은, 대법관을 포함한 판사들도 특검 대상이라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술자리 의혹은, 검찰이 부인 근거를 댈 때마다 당사자가 시간과 장소, 음주 사실까지 번복했습니다. 그런데도 특검을 추진한답니다. 다음달 나올 이 전 부지사 판결은 이재명 대표 수사와 재판에 직결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석권을 전지전능한 성배(聖杯)로 여기는 걸까요.
맥베스는, 저지른 죄악이 업보로 되돌아오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공정한 정의의 신은, 독이 든 성배를 우리의 입술로 가져온다."
민주당의 4년 전 총선 압승도 성배가 아니라 독배였습니다. 신의 영역을 넘보다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처럼 정권까지 내줬으니 말입니다. 민주당이 그때보다 더 요란하게 날갯짓을 시작했습니다.
5월 10일 앵커칼럼 오늘 '긴 숟가락의 지옥'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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