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년은 성추행 시의원을 왜 고소할 수밖에 없었나

2024.07.05 방영 조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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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아침 8시53분쯤 변호사 출신의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선거캠프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송활섭 대전시의원(국민의힘)이 변호사 사무실 소속으로 선거캠프 일을 돕던 30대 직원 ㄱ씨의 엉덩이 쪽을 만지는 장면이 찍힌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의 한 부분. 피해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능력 있는 어른 밑에서 경험하고 배워보자’며 문을 두드린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변호사는 “선거캠프 일을 돕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평소 정치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지만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 ‘뭐든 사회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하는 판단이 어떻게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되어 자신을 덮칠지 30대 초반의 ㄱ씨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ㄱ씨를 고용한 변호사 ㄴ씨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전 지역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ㄱ씨도 선거캠프 일을 돕게 됐다. 사건은 ㄴ씨를 지지한 같은 당의 송활섭(58) 대전시의원이 선거캠프를 드나들며 시작됐다. 송 의원은 지난해 8월 시의회 사무처 직원 성희롱 의혹이 불거져 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ㄱ씨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난 ㄱ씨가 말했다. “이야기를 할 때 자꾸 어깨나 팔 같은 데를 치더라고요. 기분이 나쁘긴 한데, 뭐라고 정색하고 문제 삼기 애매한 그런 스킨십이요. 친구한테 그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당분간 봐야 할 사람이니 ‘그냥 성별에 상관없이 사람을 툭툭 치면서 말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며 넘어갔어요.” 송 의원이 악수할 때 집게손가락으로 ㄱ씨의 손바닥을 긁었을 때도 ‘실수겠지, 내 착각이겠지’ 하고 이해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월27일 아침, 일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8시53분쯤 출근을 위해 선거캠프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송 의원이 다가왔다. ㄱ씨 앞에 선 송 의원이 뒤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걸면서 왼손 손바닥으로 ㄱ씨의 엉덩이를 두번 두드렸다. 두번째로 두드릴 땐 송 의원의 손바닥이 ㄱ씨의 엉덩이에 2초가량 머물렀다. 송활섭 대전시의원(국민의힘)이 지난 6월13일 대전시의회에 열린 ‘반려동물산업 기반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1일 송 의원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피해자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전시의회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 의원에 대한 ‘당혹스러움’이 쌓여갔지만, 고용주를 적극적으로 돕는 지역 정치인과 각을 세우긴 쉽지 않았다. 송 의원이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제안한 식사 자리를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지난 3월7일 함께 저녁을 먹고 나와 걸어가는데, 송 의원은 갑자기 ㄱ씨의 오른손을 잡았다. 2차로 노래주점을 가자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뒤였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왼손으로 휴대폰 동영상 녹화기능을 눌렀다. 송 의원은 얼마 뒤 ㄱ씨의 엉덩이를 손으로 쳤고, 놀란 ㄱ씨는 “엉덩이 때리면 어떻게 해요”라고 소리쳤다. 며칠 뒤 ㄱ씨는 ㄴ씨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퇴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ㄴ씨는 ‘고용주로서 최대한 보호하겠다. 조심스러운 시기인데, 총선이 끝날 때까지만 일해달라’고 부탁했다. ㄱ씨는 ‘죄 없는 ㄴ씨가 이 일로 선거에서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후 횟수가 줄긴 했으나 선거운동 기간 송 의원은 계속 선거캠프를 오갔다. ㄱ씨는 ‘2차 피해’와 소송 과정에서 겪게 될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송 의원과 합의하고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밀 누설 시 10배 위약금’ 등 송 의원이 꺼낸 터무니없는 요구사항과 적반하장 식의 태도”에 더는 참기 어려웠다. 지난 1일 ㄱ씨로부터 송 의원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2일 송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알리며 “해당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하며, 시민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성명을 냈다. 송 의원은 지난 2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엉덩이를 친 게 아니라 허리춤을 친 거다. (손을 왜 잡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실과 달리 호도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선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ㄱ씨는 아직 송 의원으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송 의원이 속한 국민의힘 역시 ㄱ씨에겐 어떤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ㄱ씨는 송 의원과 국민의힘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가해자인 그 정치인도, 그가 속한 정당도 왜 시민한테는 사과한다면서 피해자인 제게는 왜 아무런 말이 없는 거죠?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추천 [확인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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