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해 해양 연구 수행선인 '장영실 호'에서,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한 선원이 목숨을 끊으려고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징계도 없이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그런데 이 가해자가 선장으로 진급해, 다시 '장영실 호'에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승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해양 연구를 수행하는 '장영실 호'.
지난해 4월, 이 배에서 근무하던 조수민 씨는 일등 항해사였던 선임자의 폭행과 폭언, 성희롱성 발언 피해를 당하며 다량의 알약을 삼키고 쓰러졌습니다.
[조수민 씨/피해자 (지난해 7월)]
"제가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뛰어내리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였어요."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당시 징계 없이 다른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장영실 호에 다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책은 선장.
괴롭힘 사건의 당사자가 선원들을 징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겁니다.
선원들은 운항을 시작하면 물리적으로 고립되는 만큼, 근로감독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지만, 선원법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포괄하는 근로기준법에도 가해자 재취업 제한 조항은 없습니다.
[정소연/변호사]
"배 안에서 선장이 갖는 힘은 일반 회사에서의 관리자랑은 전혀 다르잖아요. 가해 사실이 확인된 자가 그런 자리에 가지 않도록 할 어떤 식으로든 제도는 필요하죠, 가해자의 경우에는 진급 제한을 둔다든지…"
당시 가해자였던 선장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했고, 선사 측은 "이전의 가해 행위는 규정상 위반 소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영실호 선사 관계자 (음성변조)]
"우리나라에 (장영실호 운항에 필요한) 자격증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아예 안 되는 일들이 많아요."
병무청에 따르면 선장이나 상급자의 갑질로 승선 예비역을 포기하는 선원은,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MBC뉴스 이승엽입니다.
영상취재: 이석현(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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