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4일)이 '북한 이탈주민의 날'입니다. 올해부터 처음 국가기념일이 됐습니다. 첫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단 한 사람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목숨 걸고 온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열려있는지, 정혜경 기자가 탈북학생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2004년 문을 연 서울의 유일한 탈북 청소년 인가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상가 건물을 전전하다 지난 2019년 은평구에 새 부지를 마련해 이사하려 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조명숙/여명학교 교장 : 애들이 댓글을 읽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더라고요. 슬픈 비극이잖아요. 북한으로부터 (보복)위협보다 주민 반대가 더 걱정이 되는 거죠.]
가까스로 강서구의 한 폐교 건물로 임시 이전했지만 내후년 2월 임대 기간이 끝나면 학생들은 또 짐을 싸야 합니다.
압록강 근처에서 거머리를 잡아 팔며 생계를 꾸리다 2017년 12살에 탈북한 김혁 군은 탈북민을 향한 북한의 보복보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더 무섭고 힘들었다고 토로합니다.
[김혁/고3 탈북학생 : (일반학교에 다닐 때) 어떤 친구가 저한테 김정은 아들이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 또 상처를 받고. 열심히 한국으로 살겠다고 건너왔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사람들이 뒤에서 욕을 하고.]
여명학교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탈북 학생은 모두 95명.
북한에서 태어나 직접 탈북해 한국에 온 11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입니다.
이들은 언어 장벽뿐 아니라 법적으로 탈북민 인정을 받지 못해 특례입학이나 학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김지선/고3 탈북학생 : 중국에서 오래 살아서 한국어 하나도 몰랐거든요. 한국어A 수업, 한국어B 수업 이렇게 매일 (들었어요.)]
국내에서 재학중인 탈북 학생 가운데 제3국에서 태어난 비율이 70%를 넘어선 만큼, 이들이 우리 사회의 온전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준희)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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