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5시 30분. 제주 중문의 생선요릿집. 장병 다섯 명이 들어섭니다. 차림표를 보면서 기다립니다. 해군 독도함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인데, 제주에 정박했다 휴가 마지막 날 식사를 하러 들른 겁니다.
[김우창/제주 식당 점장 :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마지막 밤이니까 비싼 것 먹자, 아니다, 이거 부담 간다, 우리 그냥 간단히 먹자". 그걸 보면서 속으로 좀 안타까웠어요. 결론적으로 합의를 보셔서 제일 좋은 코스로 주문을 해 주셨어요.]
장병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점장 김우창씨는 뭐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김우창/제주 식당 점장 : 맛있게 드시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챙겨드리고 싶었어요. 대표님이 하필 그날 상주를 안 하시는 날이어서, 제가 음식을 무료로 드릴 수 있는 그런 권한은 없다 보니까 아 그냥 재룟값만이라도 받자...]
가장 비싼 코스를 주문했지만 재룟값만 내게 된 군인들. 뜻밖의 배려에 어리둥절합니다. 계산하며 연신 고개를 숙입니다. 그런 장병들에게 김 점장은 노란 봉투와 종이 쪽지를 건넵니다.
[김우창/제주 식당 점장 : 말로 표현하기가 부끄러워서 제가 좀 편지를 썼어요. 나라 지켜주셔서 감사하고, 사촌 동생도 해군이었는데 당신들을 보니 그 기억이 난다....]
세 시간 뒤,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식당에 장병들이 다시 왔습니다. 손에 무언가를 들었습니다. 시원한 커피 열 잔이었습니다. 점장은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합니다.
[김우창/제주 식당 점장 : 저희 식당 주변에는 카페도 없고요. 그리고 그 장병분들이 차량도 없으셨거든요. 근데 어디서 커피를 10잔이나 사 오신 거예요. "해드릴 게 이거밖에 없다, 막 죄송하다"라고 막 그러시는데, 저도 막 뭉클해서요. 카운터에서 2분 정도 대화를 나눴어요. 나라 지켜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군인 다섯 분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이 감동이었어요.]
감동한 김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김주원/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 아무래도 군인들 처우개선은 국민적 공감대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합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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