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제주살이'라고 해서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제주로 갔던 사람들이 지금은 오히려 제주를 떠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를 떠나는 사람이 찾는 사람보다 많아졌습니다.
류희준 기자가 사람들을 만나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20대 후반의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지난해 9월 제주로 이사 왔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안은정 (27세)/제주 이주 9개월 차 : '서울 원룸' 해놓고, 가고 싶은 데를 매일 이렇게 찾아봐요.]
학원 수나 수강생이 턱없이 적어 한 달 수입은 70만 원 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석 달 만에 끊기고 마땅한 다른 일자리도 없었습니다.
[안은정 (27세)/제주 이주 9개월 차 : '투잡'을 뛰지 않으면 생활력이 유지가 될 수가 없어요, 여기는. 제가 할 수 있는 자리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2년 전 제주를 떠난 30대 부부입니다.
제주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남편은 입사 한 달 만에 전국 1등이라는 실적을 올렸지만, 제주 사람이 아니라는 차별에 실적이 계속 떨어져 원형 탈모 증세까지 겪었습니다.
[이동윤 (37세)/제주에서 청주로 이주 : 제주도 사람들이니까 인맥에 걸쳐서 가만히 놀면서 주문 오면 한꺼번에 하고 해서 500만~600만 원씩 벌고, 저는 진짜 한 달에 80만~90만 원밖에 안 버는 것 같은 거예요.]
은퇴 후 지난 5년간 귀농을 준비해온 이 60대 남성은 요즘 제주를 떠날지 말지 고민이 많습니다.
땅값이 크게 올라 농지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희권 (60세)/제주 이주민 : 처음 왔을 때 임대했던 과수원이 한 평당 30만 원. 지금은 (평당) 100만 원을 넘어가는 (상황이죠.)]
제주시의 한 외곽 마을입니다.
주민 10명 중 4명이 이주민이지만, 3분의 1 이상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고 있습니다.
[최재헌/제주 공인중개사 : 제주에는 큰 회사가 없기 때문에 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