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열두 제자가, 폭풍이 몰아치는 갈릴리 바다를 건넙니다. 제자들이, 요동치는 배를 붙들고 안간힘을 씁니다. 두려움에 떨며 애원합니다.
푸른 옷 입은 남자만 밧줄을 굳게 잡고 묵묵히 정면을 봅니다. 불행했던 화가, 렘브란트 자신입니다. 아픔과 성찰이 그를 무사히 이끌어주리라 믿습니다.
폭풍에 휘말린 열기구가 미친 듯 빨려 올라갑니다. 사내가 하늘을 향해 변화를 맹세합니다.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약속합니다. 달라질 겁니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드센 날,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시인이 이릅니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한동훈 후보는 주변에서 출마를 말리더라고 했습니다. "죽기 딱 좋다." 뿌리친 까닭을 시로 읊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정치 입문 일곱 달 만에 집권당 대표에 오른 그가 다시 시로 다짐했습니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여러분을 이끌겠습니다."
그는 총선 참패와 이전투구의 회오리를 뚫고 스스로 돌풍이 됐습니다. 보수 민심의 열풍이기도 합니다. 권력과 계파에 순종하는, 낡고 늙은 정치를 무너뜨리라는 뜨거운 바람입니다. 열풍을 순풍으로 삼아 63년 보수 정당을 어떻게 뜯어고치느냐에 그의 성패가 달렸습니다.
맞바람도 사납습니다. 집권당을 줄기차게 장악하려는 역풍입니다. 그 찬바람을 당정 화합의 훈풍으로 바꾸는 방정식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또 다시 부딪친다면 파국입니다.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한 대표가 화답했습니다.
"내 정치 목표는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렇듯 귀와 마음을 열어 신뢰를 되살려야 합니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치는 자세부터 풀어야겠지요.
있는 듯 없는 듯한 바람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비결을 말했습니다.
'여러 작은 것들을 이기지 않음으로써 크게 이긴다.'
비 갠 뒤 맑은 바람, 우후청풍(雨後淸風)을 기다립니다.
7월 24일 앵커칼럼 오늘 '한동훈, 폭풍 속으로'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