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 하질 않네.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려 드네…"
'블루스의 왕' B B 킹이 '보스가 치르는 대가'를 푸념합니다. 보스인 나의 권위도, 책임도, 주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몸 옆쪽에 보름달 같은 반점을 지닌 달고기입니다. 영어권에서는 '베드로 고기(St. Peters fish)' 라고 부릅니다. 베드로가 은화를 꺼내려고 배를 눌렀던 자국이랍니다.
가버나움의 성전을 관리하는 자가, 예수에게 세금으로 은화를 요구했습니다. 예수를 모욕하려고 딴죽을 건 것이지요. 예수는 다른 이들의 세금을 면해주려고 베드로를 바다로 보냅니다. 맨 먼저 낚은 고기의 입에서 은화를 꺼내 오게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한테도 그럴진대, 정치판이 고분고분할 리가 없습니다. 한동훈 체제 출범 첫날부터 두 최고위원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해병대원 특검법이 원내대표 소관이라고 했습니다.
"당 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하는 게…"
당사자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주에 선언했습니다. "당 대표가 누가 되든 원내 사안은 원내 중심으로 간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결정한다"고 했다는데 '우리'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그는 대통령이 지켜보는 전당대회장에서도 다짐했습니다.
"108명 의원들이 저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저희들이 싸워서 이기겠습니다."
민주 정당이라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한 대표도 민주적 토론을 거치겠다고 했습니다. 친윤 내지 비한(非韓)계의 노골적 견제는 그러나,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압도적 과반으로 드러낸 당 안팎의 표심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총선 참패에도 바뀔 줄 모르는 집권 세력을, 한 대표가 뜯어고치라는 게 당원과 여론의 명령입니다.
삼겹살 만찬에서 대통령이 당부했습니다.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 그 말에 힘이 실리려면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거기에, 자신은 물론 국정과 여당, 나아가 보수의 사활이 달렸습니다.
7월 25일 앵커칼럼 오늘 '당 대표는 이래라저래라 말라'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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