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걸리면 100% 말라 죽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강원까지, 푸르렀던 소나무숲이 벌겋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 78%가 사라질 거란 전망까지 나오는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을 윤두열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도로 옆 소나무는 뒤틀리고 말라붙었습니다.
경북 포항 바닷가로 가는 길 내내 이런 풍경은 이어졌습니다.
바다와 솔숲 절경으로 유명한 호미곶.
공중에서 내려다보니 사철 푸르러야 할 숲은 붉고 검게 변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입니다.
[오금옥/관광객 : 단풍이 들어서 그런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소나무가 그렇더라고요. 흉측하죠.]
소나무에 침입한 재선충은 수분 통로를 막습니다.
치사율 100%. 제대로 된 치료법은 없습니다.
[이광수/호미곶 이장협의회장 : 잎이 파랬는데 3일 뒤에 보면 진행이 와서 완전 고사된 상태고 올해 급속도로 올 여름에…]
산에서 시작된 병은 이제 거리와 학교, 집 앞까지 내려왔습니다.
마을 전체가 소나무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재선충 걸린 나무 기둥엔 이렇게 흰 띠를 두르고 빨간 선을 그어놨습니다.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사망선고를 내려놓은 겁니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감염목이 발견된 뒤 36년 동안 1500만 그루가 잘려 나갔습니다.
피해액은 1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재선충병은 지난 2022년부터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상 기후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재선충 매개충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방제 속도가 확산세를 못 따라가자 아예 소나무 밭 전체를 베어 내는 지역도 늘고 있습니다.
10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 78%가 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산에서 자른 나무들이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소나무는 재선충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전부 벨 계획입니다.
소나무가 전멸하다시피 한 일본 상황이 곧 닥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이인수 / 영상편집 박수민 / 영상디자인 최석헌]
윤두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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