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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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12.12) 아침신문 1면에는 △한동훈 탄핵 찬성으로 입장 선회(6곳) △국무회의 회의록도 작성 안해(4곳) △윤 대통령, 경찰청장에도 ‘체포 리스트’ 건네(3곳)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3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탄핵안 가결된다
② Now and Then :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 2007)
① 차이의 발견
# 탄핵안 가결된다
- 하루에도 속보가 쉴새없이 쏟아집니다. 국회 상임위, 국민의힘, 그리고 관계자들의 실토와 언론보도 등이 계속 나와, 독자들 입장에서는 아침 상황이 어느새 구문이 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를 분류해보면, 시간대별로 크게 △계엄 계획 단계 △계엄선포 당일 상황 △현재 수사상황 및 국민의힘 분위기 △탄핵 전망 등으로 나눠집니다. 토요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무리없이 어쩌면 꽤 큰 차이로 가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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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엄, 언제부터 계획했나?
-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조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부터 계엄 선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용현 경호처장은 대선 전 캠프 시절부터 그런 인식을 보였다고 합니다. 검찰, 경찰의 수사내용과 언론보도 등을 시간대별로 재배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선 전 캠프
- “그게 무슨 걱정이냐, 계엄령을 발동해서 다 쓸어버리면 되지”(김용현 당시 윤석열 캠프 자문위원)
- 2022년 대선 전 캠프 관계자에게 집권 후 반대 세력의 소란이 심해지거나 촛불시위 가능성에 대한 언급에
2) 지난 초여름, 충암파 저녁 자리
- 윤 대통령, 김용현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저녁. 모두 충암고 동문
- “시국 이야기를 하다 격해지면서,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내셨다. ‘대통령님,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됩니다. 요즘 군이 예전의 그런 군이 아닙니다’라고 만류했다”
3) 이후에도 윤 대통령 ‘계엄’ 언급
-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러번 지속적으로 (내게) 계엄 필요성을 언급했다”
- “대통령이 계엄을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정국 타개 솔루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까지 했다”
4) 계엄 며칠 전, 김용현 국방장관
- 여인형 방첩사령관 독대. 계엄 필요성 시사
- 12월1일 전화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선관위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곳 확보’ 지시
5) 계엄 며칠 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준비
- 며칠 전 707특임단장에게 “풍선 등 북한 도발 있을 것이다. 3일(계엄 당일) 그와 관련된 훈련을 하자”
2. 계엄 선포 당일 상황
- 수사 내용 및 어제 국회 상임위 발언 등을 종합해 당시 시간순으로 재배열했습니다.
1) 특전사 헬기 준비(점심 무렵)
- 특전사 훈련 취소, 헬기 등 모든 항공자산 707특수임무단에 투입
2) 삼청동 안가로 경찰청장 불러(저녁 7시)
- 윤 대통령, 김용현 국방장관 +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 MBC, 여론조사 꽃,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 장악 대상 10여곳 명단 전달
3) 총리, 반대(밤 8:40)
- 대통령 비상계엄 계획 언급. 국무총리 반대
- 한 총리, “국무위원들과 함께 반대·설득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내가)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4) 5분 국무회의(밤 10:17~10:23)
- 행정안전부,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했던 자료 회신 결과 공개
- 참석한 국무위원은 모두 11명. 대통령, 총리, 경제부총리,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안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교육부, 과기정통부, 국가보훈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산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10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 국무회의 1분 뒤인, 10:24,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 참석자 발언 요지나 속기록은 없어
-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도 언급 없어(“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계엄법)
-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죠’라는 윤건영 의원 지적에 “동의한다”
5) 포고령 발표(밤 11시)
- 김용현 국방장관이 윤 대통령과 상의해 작성 + 윤 대통령 수정
- 국회·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위법한 내용, 전공의 처단 등의 용어
6) 비상계엄 선포 뒤
- 윤 대통령, 경찰청장에게 6차례 전화 걸어 ‘국회의원 체포’ 지시
- 여인형 방첩사령관, 경찰청장에게 정치인 체포 위한 수사관 100명 지원 요청
- 조 청장이 이 요구 묵살하니, 경찰청 치안감에게 전화
7)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4일 새벽 4:27~4:29분)
- 참석자는 17명. 계엄선언 참석자 11명 중 국방부, 통일부, 보건복지부 장관 등 3명 불참 + 계엄 선포 회의에 불참했던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 합류
- 교육부, 국가보훈부,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 4명은 두 국무회의 모두 불참
8) 내란 사태 다음날(12.4) 삼청동 안가 만찬
- 대통령실 민정수석 + 법무부, 행안부, 법제처장 등
- 향후 법적 대응 등을 논의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현재 상황
1) 수사
<경찰>
- 조지호 경철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긴급체포
- 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 나서. 그러나 대통령실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대통령)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막아 6시간 대치. 결국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 일부 넘겨받아
- 경찰 + 공수처 + 국방부 조사본부 = 공조수사본부(공조본) 구성. 검찰은 배제
<검찰>
- 김용현 국방장관 구속 조사중
- 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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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윤 대통령 직무 계속
- 윤 대통령은 어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 류 감찰관은 지난 3일 밤 10:27,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비상계엄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하자,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 당시 류 감찰관은 장관에게 “혹시 계엄 관련 회의입니까”라고 묻고, 박 장관이 “그렇다”고 하자, “계엄 관련 지시나 명령이 내려와도 저는 따를 생각이 없다”며 곧바로 회의실을 나왔고, 이어 4일 오전 0시9분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 대통령은 12·3 내란 이후 이것으로 6번째 인사권을 행사했습니다. 국방부 장관, 행안부 장관, 법무부 감찰관 사표 수리, 그리고 후임 국방장관 및 사우디대사 지명, 진실화해위원장 지명 등입니다.
3) 한-한 체제는 출범도 전에 실종
<7일(토)>
- 7일(토)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 탄핵안 부결
<8일(일)>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 퇴진 시까지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다. 사실상 퇴진 약속을 받았다”
- 한덕수 총리, 공동발표한 ‘공동 국정운영 방안’, “저는 본 적도 없다. (공동 대국민 담화 발표) 당시까지 못 봤다”
<9일(월)>
- 윤 대통령 자진사퇴 거부 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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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토요일 탄핵안 가결?
1) 탄핵안 가결로 기울어
- 탄핵안은 국민의힘에서 8명만 동참하면 가결됩니다. 지난 토요일 투표에선 집단퇴장한 가운데, 3명만이 참석했습니다.
- 현재 지난번에 참석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외에 조경태, 김재섭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 어제(11일)까지 5명이 확보됐습니다.
- 한동훈 대표도 본인이 투표권이 있진 않지만, 오늘(12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뒤 ‘탄핵 찬성’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이 경우, 친한계 의원들이 모두 ‘찬성’으로 돌아서 탄핵안 가결이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또 한 대표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더라도, 지난번처럼 집단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투표를 하면 찬성표를 던질 국민의힘 의원들이 많은 상태입니다.
동아일보 3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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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12일)
- 오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도 국민의힘의 이런 기류 변화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애초엔 친윤계가 미는 권성동 의원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국민의힘 내부 변화가 친한계가 미는 김태호 의원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지 주목됩니다.
- 만일 김태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가결 표는 훨씬 많이 쏟아질 것이고,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그보다는 좀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권성동 원내대표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가결 분위기가 다시 돌아서진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토요일 가결 여부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김 의원은 “자유 투표” 입장이고, 권 의원은 아직까진 ‘당론 반대’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지난번처럼 ‘집단 퇴장’ 방침을 원내대표 선거 전에 미리 언급하진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경우, 의원들의 반발로 당선 여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여러 선거 중에 원내대표 선거가 가장 맞히기 힘든 선거라는 말은 여의도 주변에선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의원들은 속을 절대 노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는 대통령 탄핵안 결과 뿐 아니라,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도 클 선거로 부각됐습니다.
-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국회 본회의는 토요일인 14일 오후 5시에 열립니다.
3) 한동훈의 미래는?
- 정치적으로 성장할 큰 기회를 놓쳤습니다. 내란 사태 직후, “위헌적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지만, 이후 매일 말이 바뀌었습니다. “계엄 선포 위헌이지만, 탄핵은 반대” -> “대통령 직무 정지해야” -> “대통령 물러난다니 탄핵 반대” -> 탄핵안 가결 -> 한-한 체제 선언 -> ‘질서있는 퇴진’ 비판일자, ‘퇴진 대안 내놓겠다’ -> ‘2~3월 퇴진론’ 꺼내 -> 대통령 ‘하야 거부’ > ...
- 최근 며칠간 진행된 일입니다.
- 모든 국민이 3가지를 더욱 확신하게 됐습니다. ‘한 대표의 모든 판단 근거는 본인의 이해관계이구나’라는 점, ‘기본적인 정치적 판단력이 많이 떨어지는구나’, 그리고 ‘다른 사람과 논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구나’ 라는 점 등입니다.
- ‘질서있는 퇴진론’이 당 내부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잘 모르는 것입니다.
- 이런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다면, 윤석열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불안하지 않을까요?
- 괴리입니다. 다른 세상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던 탓에, 일반의 생각과 판단에 대한 전망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더욱이 겸손하지 않기에 잘못된 판단을 계속 내게 되는 것입니다.
- ‘기초반’에서 갑자기 하루 아침에 ‘ADVANCED 단계’로 접어들 순 없습니다.
- 한 대표는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하려면, 기초부터 다시 많은 수련을 쌓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기회가 계속 주어질 지는 의문입니다.
- 그리고 대통령이 탄핵되면, 여당 대표가 함께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이 친윤계가 주장하는 바여서 앞으로 논란이 될 수 있기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친윤계를 막기 위해 한 대표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 윤 대통령을 탄핵시켜선 안된다는 주장의 축소판이 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② Now and Then
오늘은 12·12가 일어난 지 꼭 45년 되는 날입니다. 오늘 노래는 이 시대의 민중가요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입니다. 소녀시대는 자신들의 데뷔곡인 이 노래가 민주화 집회의 상징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다들 잘 알다시피,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의 전초전이 된 이화여대 시위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전통적인 운동가요가 아닌 걸그룹 대중가요가 집회 노래로 등장하는 것에 어리둥절했던 것입니다.
10대들이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다시 만난 세계’는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한국이 수출한 민중가요가 되어, 걸그룹 율동을 하며 시위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다시 만난 세계’가 2024년 12월 국회 앞에서 다시 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1971년 19살 양희은이 데뷔곡 ‘아침이슬’을 취입했을 때도 이 노래는 대중가요, 유행가였습니다. 그러나 70년대 학원가에서, 그리고 80년대 시위 현장에서, 1987년 7월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울려퍼진 ‘아침이슬’은 노래 이상의 것이 되었습니다. 양희은은 나중에 “들풀처럼 번져간 이 노래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아침이슬’은 2016년 11~12월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2024년 국회 앞에는 여러 다른 K팝 음악들과 함께 2016년 ‘아침이슬’ 옆자리에 있었던 ‘다시 만난 세계’가 어느새 맏언니가 되어 있습니다.
‘아침이슬’은 오랫동안 패배와 슬픔, 아픔을 곱씹는 곳에서 불려질 때가 많았는데, ‘다시 만난 세계’는 늘 승리와 환희의 장소에서 불려질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이번 토요일 밤, 국회 앞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환호 속에 넘실대길 바랍니다.
영상은 2007년 출반 당시 뮤직비디오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2Zzkw_-0I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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