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일주일 넘게 이어진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 동시다발로 터진 악조건들 속에 초대형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상 조건이 얼마나 큰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건지, 사회정책부 박재훈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박 기자, 현장에 '태풍급 강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강풍이 산불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 겁니까?
[기자]
산불의 원인이 건조한 날씨에 있다면, 산불을 확산시킨 건 강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이를 실제로 실험한 영상이 있는데요. 산과 비슷한 구조물을 만들어놓고 아랫쪽에 불을 지펴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바람이 없을 땐 불이 비교적 천천히 퍼졌지만, 초속 6m 바람이 불자 불길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정상까지 치솟았습니다. 20도 경사면에서 바람이 불면 불길 속도가 최대 26배나 빨라진다고 합니다. 이번 산불 현장에선 순간 풍속이 초속 25m, 그러니까 태풍때나 겪던 바람이 불면서 산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앵커]
3월 말이고 봄의 초입인데, 이런 강풍은 왜 생겨난 겁니까?
[기자]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한 기압계 배치로 인해 강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었습니다. 게다가 서풍이 산맥을 넘으면서 헤어 드라이기 바람처럼 뜨겁고 건조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바람이 산 정상에서 아래로 쏟아져내리는 데다 불똥까지 옮겼습니다. 관련 목소리 들어보시죠.
오정학 / 국림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장
"강풍으로 인해 발생한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새로운 산불을 만들어내는 거죠. 그것을 저희는 비화 현상 일명 도깨비불이라고 합니다."
불똥이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최대 2km도 날아다니는 걸로 알려집니다.
[앵커]
습도 문제도 따져보죠. 최악의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강수량이 얼마나 적었습니까?
[기자]
영남지역은 올들어 바싹 메마른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1월부터 두 달간 강수량을 살펴보면 경북 의성이 평년의 3분의 1, 경남 산청이 평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때문에 경남 산청의 경우 지난달 19일부터 열흘간 그리고 지난 22일부터 지금까지 건조특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북 의성은 지난달 건조주의보 혹은 건조경보가 발령된 날이 총 13일로 한달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앵커]
바싹 메마른 상태였다는 거죠. 여기에 더해 기온도 높았는데 고온도 산불 피해를 키운 한 원인이라고 봐야할까요?
[기자]
네, 일례로 불이 크게 난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은 지난 25일 낮 기온이 각각 28도와 27.9도까지 오르며 3월 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기온이 1.5℃ 오를 때 산불 위험지수는 8.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워낙 초대형 규모의 산불이라 진화가 된 이후에도 후유증이 우려되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면 온실가스도 배출되는데 100㎡의 소나무숲이 타면 약 54t의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이번 산불의 경우 약 2억 60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예상되는데 이는 자동차 3250만 대가 1년간 배출한 양과 맞먹습니다. 문제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같은 기상이변을 일으켜, 다시 산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산불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재난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겠군요. 박 기자, 잘 들었습니다.
박재훈 기자(argos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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