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경북 동북부 5개 시·군을 초토화시킨 '경북 산불'이 축구장 6만3천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든 뒤 149시간만에 꺼졌습니다.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하며 2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갈수록 대형화, 상시화하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대응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는 산림당국의 산불 대응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책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기획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의성 산불로 폐허로 변한 산림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산불이 휩쓸고 간 의성군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산불이 안동시 쪽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2025.3.25 psik@yna.co.kr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동북부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149시간만에 주불이 꺼지면서 막을 내렸다.
사망자 26명을 비롯해 주택 3천285채와 농업시설 1천142곳 등 모두 4천801곳이 불에 타고 미귀가 이재민이 7천명에 육박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났다.
산불영향 면적만 4만5천여㏊로 추산되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도 삼척으로 번진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3년 만에 초대형으로 몸집을 키운 재난이 재발하면서 이제는 진화 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온다.
산불 잠재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비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7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노달리 마을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쓰고 산불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5.3.27 psik@yna.co.kr
◇ 목숨 건 진화 작업에도 결국 '천수답' 지적
산림 및 소방당국은 의성 산불이 경북 북부 전체로 확산한 이후 매일 인력 5천여명, 헬기 80여대 등 막대한 자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진화 대원과 헬기 조종사들은 목숨을 걸고 불길과 싸웠다.
그러나 발화 지점이 산재하고 강풍이 불어 산불 발생 후 닷새간은 인위적인 진화 작업의 역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헬기가 주불 진화에 핵심이지만 화재 현장이 메케한 연기로 뒤덮여 현장 접근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27일과 28일에 걸쳐 산불 지역에 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1㎜ 안팎에 불과해 진화에 도움을 줄지 의구심을 낳았지만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어떤 지역은 비가 불길을 잡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고 가랑비가 내린 곳이라 해도 습도가 낮아져 불길 확산이 더뎌지는 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바람마저 잦아들자 낮시간에 헬기를 집중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인 결과 28일 오후 5시께 마침내 주불 진화 선언이 나왔다.
결국 진화대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과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때도 입증됐다.
대관령 임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나무 솎아내고 임도 늘려야
최근 50년간 우리나라는 나무 심기를 통해 민둥산이 사라지는 결실을 봤다.
산림녹화사업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성공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산에 촘촘히 들어섰던 건강했던 나무는 50년 세월이 흐르면서 노화되고 낙엽도 층층이 쌓여 갔다.
결국 늙고 메마른 나무와 수 십㎝ 높이로 쌓인 낙엽은 어느새 산불 확산의 주범이 돼버렸다.
빨리 솎아내지 않으면 안 되기에 산림당국은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무척 느린 편이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인 임도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당 임도 길이는 약 4m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오는 2027년까지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를 3천207㎞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임도가 오히려 바람길 노릇을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산사태 우려를 키운다는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있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의성 산불 등 초대형 재난이 빈발하면서 야간 진화에 필수적인 임도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인공강우 실험 계획 설명하는 기상청장
(강릉=연합뉴스) 유희동 기상청장이 지난해 5월 강원 강릉시 강릉기상레이더관측소에서 인공강우 실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24.5.5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인공 강우로 산불 끄는 연구 서둘러야
이번 산불로 인공 강우를 하루빨리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이 분야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구름씨'를 뿌려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이 수 차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18년 첫 인공증설 실험 이후 2020년 가뭄과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실험이 시작되면서 인공강우 기술 개발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기상청은 오는 2028년까지 항공기 여러 대를 동원해 구름씨를 연속해서 뿌리면서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강우 실험의 초점을 '산불 예방'에 두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비를 내리게 해 산이나 평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인공강우는 일정한 두께의 비구름이 형성된 곳에서만 효과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숙제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시급히 추진돼야 할 중요한 과업으로 손꼽힌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인공강우가 현실화하면 날로 대형화, 장기화하는 산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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