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우리 정치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더니, 이젠 벼랑 끝에 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늦춰지면서 곳곳에서 극단적 사태를 예고하는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왕은 영국이 아니고, 영국은 왕이 아니다."
17세기 중엽, 영국을 피로 물들인 청교도혁명도 왕과 의회 사이의 불신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내전으로 치달았습니다.
우리 정치가 그렇게까지 가서는 안 되는데, 지금의 강대강 대치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움부터 앞섭니다.
"한덕수 권한대행께 경고합니다.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십시오. 모든 국무위원에게도 똑같이 경고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즉시 탄핵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줄탄핵, 총탄핵 주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튜버 김어준의 '헌법재판관 탄핵' 주장까지 추가됐습니다.
"헌법재판관도 탄핵해야 되는거 아닌가? 헌법재판관은 탄핵하지 말라고 헌법에 써 있지 않잖아요. 그런 상상력도 발휘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이제는?"
대한민국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 6명이 한꺼번에 김어준 씨 앞에 줄줄이 앉아 맞장구를 칩니다. 민주당의 뒷배, '상왕'이 누군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란 지적까지 나옵니다.
민주당이 초조하게 탄핵, 헌법재판관 임명 강제법, 임기 종료 헌법재판관 자동 연장법 등을 내놓는 건 뭔가 자신들의 뜻대로 헌재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헌법에 명백히 규정된 재판관 임기를 법률로 바꾸겠다는 구상까지 할 정도로 급합니다.
윤 대통령을 파면시킬 6명이 구성되지 않아서 그런 듯합니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대표 변호인이, 너무 서두르다 헌법기관인 국무회의를 무력화시키면 내란죄 시비가 우려된다고 했겠습니까?
여당도 혼란에 가세합니다. 민주당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김어준의 지령을 받고, 이재명의 승인을 받아서 발표한 내란 음모입니다. 행정부를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역입니다."
정치를 해야 할 여야가 고소전을 남발하고, 사법부에 기대는 모습, 낙제점입니다.
절대반지를 뺏고자 살인까지 저지른 골룸. 하지만 벼랑 끝에서의 욕망이 모든 걸 파괴합니다.
대권을 향한 욕망이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몰아넣기 전에 이제 서로 그쳐야 합니다.
차분히 법적 절차에 맡겨놓고, 거기에 승복하는 것만이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무겁게, 무겁게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많은 국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3월 31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절대 반지의 경고'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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