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북부지역 산불이 꺼진 지 이제 일주일 됐습니다. 일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진 기약이 없습니다. 이 지역은 농림어업을 위주로 살아가는데 밭과 들, 산, 그리고 바다 위까지 삶의 터전들이 모두 타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윤두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타다 만 현수막이 펄럭이는 이곳.
4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해변 앞 하나뿐인 가게였습니다.
[{뭐 파는 데였어요?} 구멍가게, 일반 구멍가게. 음료수 팔고…]
불은 바다 위까지 번졌습니다.
이번 불로 어선 23척이 탔고, 배는 건졌더라도 어구들이 다 타버린 집도 수두룩합니다.
[유명신/산불 피해 어민 : 대게 그물을 다 회수해서 손질을 하고 내년에 쓰려고 준비해 놓은 것들이 불길에 다 탔고…]
불탄 양식장에서는 죽은 강도다리를 퍼내는 데 꼬박 닷새가 걸렸습니다.
다 내려놓고 싶어도 평생 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접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하실 건가요?}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산소 카페'라는 별칭이 붙은 경북 청송은 그만큼 산세 좋고 공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젠 이 산에서 송이를 캘 수 없게 됐습니다.
그 아래 사과나무는 새카맣게 변했습니다.
나무를 다시 심어도 당장 농사를 못 짓습니다.
과수원에 물을 공급하는 지하수 관정이 타버렸고 농기계 여러 대를 보관하던 창고도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홍종령/산불 피해 농민 : 저 위에 물통도 다 타버리고 관수시설 자체도 다 녹아버리고… 비가 안 오면 관수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습니다.
농기계를 빌려준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신청했습니다.
내일(6일)은 묘목을 사러 가보려 합니다.
[홍종령/산불 피해 농민 : 손을 놔버리면 이 지역 자체가 소멸해 버리는 그런 입장이니까 작은 거 하나부터 시작해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일어서 볼게요.]
[영상취재 이인수 이우재 / 영상편집 홍여울]
윤두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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