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경기도 용인 마을버스 안이 학생 승객들로 가득합니다.
의자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미끄러지듯 쓰러집니다.
앞에 서 있던 승객이 붙잡아봤지만 결국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사람이 쓰러졌어요, 하는 얘기를 듣고 제가 일단 주차 브레이크를 당기고 문을 열고 나갔어요.]
승객들이 당황해 술렁이는 동안 기사는 학생의 상태부터 살폈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쓰러진 학생 친구가 말을 한마디도 못 하더라고요, 한국말을. 그래서 아, 외국인이구나.]
쓰러진 학생은 중국에서 온 유학생, 자리에 앉히고 상태를 확인했지만 의식이 없었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일단 온몸이 하얗어요. 손까지 하얗고 온몸이 다 이마도 머리도 땀으로 다 젖어 있었고 차가웠고 아주 심각한 상태였어요.]
다시 운전대에 오른 기사는 다른 승객들로부터 양해를 구한 뒤 버스 정류장을 모두 지나쳤습니다.
2분 만에 도착한 병원.
기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보다 키가 10cm나 더 큰 학생을 둘러업었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제 딸이 어디에서 또 저렇게 쓰러졌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본능적으로 정말 했던 것 같아.]
학생을 업고 버스에서 내린 기사는 4층 병원까지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올랐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전혀 의식이 없었던 환자는 응급 처치를 받고 약 2시간 뒤에야 깨어났습니다.
[이재훈/내과 전문의 : 며칠 동안 음식을 못 드시고 힘든 상태에서 아마도 이제 버스 타고 오시면서 저혈압 쇼크가 오신 것 같아요.]
쓰러졌던 학생이 정신을 차리고 병실을 나왔을 때 버스 기사는 진료비 결제까지 하고 떠난 뒤였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진료 끝나고 저녁 한 일곱 시 여덟 시쯤에 문자가 왔더라고요.]
쓰러졌던 중국 유학생은 서툰 한국어로 진심을 전했고 며칠 뒤엔 중국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생명의 은인한테 전한다는 붉은 비단 깃발 홍금기까지 받았습니다.
[이시영/버스기사 : 기분이 굉장히 좋죠 정말 그날 또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귀한 여학생이 살았구나.]
운전기사의 발 빠른 대처와 승객들의 따뜻한 배려가 더해 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재훈내과/전문의 : 만약에 그 상태에서 방치가 됐으면 언제든지 심장이 멈출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죠 시간이 그만큼 세이브 했다는 건 생명을 세이브 한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취재 : 이선정, 영상편집 : 김수영, 제작 : 모닝와이드 3부)
심우섭 기자 shimm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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