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시 한 수, 신선의 목소리, 무아의 경지로다. 천재로다 김삿갓…"
한국 최초의 랩송이라는 이 노래처럼 풍자와 해학의 방랑시인 김삿갓은 천재였습니다. 그가 어느 날 부잣집에서 박대받고 나오면서 집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귀할 귀자에 아름다울 나자를 쓴 귀나당. 주인이 좋아했다가 나중에 거꾸로 읽어보니 '당나귀' 였습니다.
김삿갓은 뜻으로는 멋진 말인데 음으로는 욕설이 되는 한시를 여럿 남겼습니다. 어느 서당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뒤 "방안에 모두 귀한 분들이 계시네"라고 읊은 시가 대표적입니다. '시무 7조' 상소문에 전-현직 장관과 정치인 이름을 숨겨놓은 조은산을 김삿갓에 비유할만도 합니다.
김삿갓의 종횡무진 동문서답은 고품격 언어유희였지만 요즘 정치판에는 궁지를 모면하려는 동문서답이 횡행합니다. 윤미향 의원이 회계내역 공개 요구에 난데없이 친일세력 운운했던 게 단적인 예입니다. 이런 행태를 논리학에서 '논점 일탈' 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말은 어떻습니까?
"딸 가게라고 해서 공짜로 먹을 수는 없는 거죠…"
추미애 장관이 정치후원금을 딸이 하는 식당에서 쓴 데 대해 국회에서 한 답변입니다. 그 식사를 정말 기자들과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런 회계들은 의원이 직접 상관하지 않고…"
아들 병가의혹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빙상여제라고 하는 이상화 선수도 저희 아들과 같은 병인데요…"
국민에게 낸 입장문에서는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고 나는 삼보일배 이후 높은 구두를 못 신는다"고 했지요. 모두 논점이나 질문에서 벗어난 말 말 말들입니다.
추 장관의 정치자금 사용처가 점입가경입니다. 아들의 논산훈련소 수료식 날 부대 근처 고깃집에서 '의원 간담회'를 갖고, 인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는 기록이 나온 겁니다. 그런데 추 장관은 그날 파주 군부대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셀프 후원에 강원랜드 입장권을 샀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정치후원금은 엄밀히 얘기하면 개인의 돈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