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고비마다 굶었다…정치권 단식 투쟁사
[명품리포트 맥]
식음을 전폐하는 단식은 정치인들의 벼랑 끝 투쟁 카드 중 하나입니다.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몸을 담보로 단식 카드를 꺼내들고는 하는데요.
대화와 협상의 길이 막혔거나 더 이상 합리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 자신의 몸을 내던져 국면을 전환시켰습니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단식투쟁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파장이 컸던 단식 투쟁은 1983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가택 연금 상태에서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을 했는데요.
전두환 정권의 독재정치에 금이 가게 만들었고,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식투쟁으로 우리 정치의 물줄기를 바꿨습니다.
1990년 10월 평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자당이 지방자치제 약속을 어기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자 단식에 돌입했는데요.
13일간 이어진 그의 단식투쟁은 끝내 지방자치제 도입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목숨을 건 단식은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린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두 야당 지도자의 단식이 반독재 투쟁의 수단이었다면 민주화 이후 단식투쟁은 특정 정책을 요구하거나 반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국민들이 명분 있는 단식투쟁이라고 받아들일 경우 단시간에 극적 효과를 내다보니 곳곳에서 단식이 이어졌습니다.
2003년 10월에는 집권 여당이었던 당시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의원이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는데요.
집권 세력 내부에서도 단식 투쟁이 정치적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로 꼽힙니다.
그해 11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