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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컵 사용하니 쓰레기 20~30% 수준으로”
23일 오전 제주 우도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려 관광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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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우도(牛島)의 한 카페. 관광객 문지나(40·경기도)씨는 커피를 주문하며 보증금 1000원을 더 냈다. 그러자 카페측은 테이크아웃용으로 다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담아줬다. 문씨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우도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매니저인 문병욱(31)씨는 “우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1회용품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했는데 다회용컵을 지급하면서 확 줄었다”며 “1000원 효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1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고자 지난 8월 우도에 도입한 1000원 보증금 지급제(다회용컵 보증금제)가 큰 효과를 내고 있다. 보증금제를 도입한 카페 등에서 발생하는 1회용품 쓰레기가 종전보다 20~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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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몰리자 우도 ‘쓰레기 섬’ 우려
제주 우도의 한 카페를 찾은 제주도민이 카페 다회용컵 반납기를 사용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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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인구는 1700여 명이지만 관광객은 이보다 1000배이상 많다. 한 해 200만명 이상 관광객이 방문한다.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이 올해 중순까지 176곳으로 10년 전인 2012년 18곳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우도 하루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비수기에는 3t, 여름철 등 성수기에는 5t에 달한다. 이 바람에 하루 처리용량 1.5t인 우도 소각장에서 감당할 수 없다. 최대 1만739t을 수용할 수 있는 매립장도 포화상태여서 일부 쓰레기가 제주도 본섬으로 반출되는 실정이다. 쓰레기 상당량은 카페 등에서 나온 일회용품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쓰레기 섬’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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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컵 보증금제’…플라스틱 쓰레기와 전면전
제주 우도에서 사용되는 다회용컵.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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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나섰다.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현재 우도 13개 카페와 여객선 대합실 2곳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카페와 대합실에는 다회용컵 무인반납기가 설치됐다. 고객이 사용한 다회용컵을 이곳에 반납한다.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1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포인트 앱을 다운 받은 후 전용기기를 이용하면 현금 대신 1100원이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5000점 이상 모이면 현금화하거나 OK캐쉬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수거한 다회용컵은 제주시내 전문 세척장인 에코제주센터에서 7단계 공정을 거쳐 세척해 재활용한다. 현재는 음료 전용 다회용컵뿐이지만 조만간 아이스크림 전용 다회용컵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다회용컵은 지난해 7월 스타벅스 제주 매장 4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전국 카페 프랜차이즈와 소상공인, 기업·기관 사내카페, 대학교 등으로 사용처를 넓혀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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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다회용컵 3달 여 만에 1만개 넘게 수거
23일 오전 제주 우도 도항선 터미널에서 제주관광공사 신영배 매니저가 관광객에게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서약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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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도에서 에코제주센터에 들어온 다회용컵은 지난 8월부터 지난 20일까지 1만1200개에 달한다. 강봉석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혁신그룹장은 “내년 중순쯤에는 다회용컵을 우도에서 직접 씻을 수 있는 전문세척장을 세울 계획”이라며 “제주도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 우도에서 전국 자원순환의 롤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검멀레 해변 인근 유휴시설을 활용해 플라스틱과 다회용컵 자원순환 시스템 거점인 ‘플라스틱 스테이션’을 조성했다. 또 페트병 자원순환 시스템도 있다. 이 시스템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뚜껑 분리 여부, 라벨 제거 여부, 페트병 용량 등을 인식해 포인트를 제공한다. 압축 방식으로 8분 만에 100개의 페트병을 처리하고, 800개까지 수거가 가능하다.
우도의 한 카페 매니저 박노열(33)씨는 “3~4달 전만 해도 하루 400~500개에 달하던 일회용컵이 없어지자 쓰레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하루 50ℓ 쓰레기봉지 3~4개를 써도 모자랐지만, 이달 들어서는 1개도 채워지지 않아 놀라움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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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들어갈 때, 청정 실천 서약하세요”
23일 오전 제주 우도 도항선 터미널에서 관광객들이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서약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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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제주관광공사는 우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디지털 서약을 받는다. 서약을 권유한 제주관광공사 직원들은 디지털 서약을 한 관광객에게 ‘U-do! UDO’ 캠페인 마크가 새겨진 기념품을 전달했다. 청정 우도를 위한 당신의 작은 실천이라는 ‘You-do! 우도’ 의미다. 그래서 ‘U-do! UDO’ 캠페인에 ‘우도에 왔다면 재활용과 재사용을 기억하세요’라는 슬로건이 붙었다. 플라스틱 페트병 자원순환과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 등이 주요 실천 내용이다.
가족과 함께 우도에 들어가기 전 디지털 서약을 한 이희재(36·충남 아산)씨는 “우도가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약을 했다”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기대하며 제주를 찾고 있는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적게나마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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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한해 200만명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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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따르면 2011년 88만5487명이던 우도 관광객은 2012년 102만7223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2015년에는 205만739명이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2019~2021년)에도 한해 최소 100만명, 최대 180만 명이 찾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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