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9만 3천여 건. 이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는 약 41%. 이혼하는 부부는 보통 아이를 직접 키우는 부모가 양육권을, 상대방 부모가 면접교섭권을 갖게 된다. 여기서 면접교섭권이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는 부모와 자녀가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혼한 부모 중 일부는 이 면접교섭권이 ‘말뿐인 약속’이라 말한다. 민법으로 규정한 면접교섭권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면접교섭권
박정아(가명) 씨는 5년 전,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들 민수(가명)를 남편에게 보냈다. 아이를 자주 보여주겠다던 남편의 말과 달리 지난 5년 동안 정아(가명) 씨가 민수를 본 건 단 두 번뿐. 작년 5월, 정아(가명) 씨는 민수(가명)를 보기 위해 학교에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건 계모의 욕설과 협박이었다.
“너가 나타나면 얘가 뭐가 되겠어? 애가 안 창피하겠어? 피눈물 흘려 자식 키워줬으면
고마워해야지 이렇게 뒤통수를 쳐?”
- 민수(가명) 계모
친엄마인 정아(가명) 씨는 전남편과 계모의 반대로 민수(가명)를 만날 수 없었고 아이는 작년 11월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 지난 2월 7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엄마에게 돌아왔다. 민수(가명)를 죽인 범인은 다름 아닌 전 남편과 계모였다. 면접교섭권만 지켜졌어도 아이의 죽음만큼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 말하는 정아(가명) 씨. 전문가들은 면접교섭권이 단순히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말한다.
■ 면접교섭권과 부모따돌림
《시사직격》이 만난 이혼 부모들은 지켜지지 않는 면접교섭권 뒤에는 또 따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8년 전 아내와 이혼한 최영식(가명) 씨 역시 이혼 초기에는 아들과 한 달에 두 번 꾸준한 만남을 가져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엄마의 눈치를 보던 아이는 아빠와 만나기 싫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만남을 거부했다. 면접교섭일마다 이유 없이 거부하고 뒤돌아 가버리는 아이.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형적인 부모따돌림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부모따돌림이란 이혼 후 아이를 키우는 양육 부모가 자녀에게 비양육 부모의 험담을 하거나 만남을 거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아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아들이 다니는 학교도, 사는 곳도 알기 힘들다고 말하는 영식(가명) 씨. 우리 법원은 면접교섭에 있어 자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자녀가 면접교섭을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일부 부모들이 이를 이용해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혼 후 딸 지우(가명)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김정환(가명) 씨 역시 부모따돌림 피해를 호소한다. 면접교섭 초반 잘 놀던 아이는 숙박면접이 시작되자 울기 시작했고 친모는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거부했다. 면접교섭 때마다 오갔던 언쟁과 고성.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아이는 결국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까지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면접교섭으로 인한 부모의 갈등과 부모따돌림은 아이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 면접교섭권을 보장받을 방법은?
아이를 키우는 주 양육자인 부모나 아이가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만남을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과거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양육비는 강제집행, 면허정지 심지어 감치까지 가능한 반면, 면접교섭 불이행 시에는 이행명령을 청구하거나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려질 뿐, 직접적으로 처벌할 길은 없다. 《시사직격》이 만난 부모들은 강제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UN 아동권리협약은 부모 일방 혹은 쌍방으로부터 분리된 아동의 면접교섭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 양쪽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권리가 있는 아동이 부모를 만날 수 없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번 주 《시사직격》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안녕을 위해 꼭 필요한 면접교섭권을 지킬 방법과 대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