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광신도와 정치가 만나면... '듄2' 원작자의 섬뜩한 경고

2024.03.03 방영 조회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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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2'에서 폴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는 우주 제국에서 황제를 조종하는 종교적 막후 실세 '베네 게세리트' 일원으로 그려진다. 프레멘 반군의 대모가 되어 남부 근본주의자들이 아들 폴을 숭배하도록 현혹하는 데에 앞장선다. 배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은 "레이디 제시카는 엄마이자 군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속편을 모두 뛰어넘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듄: 파트2'(이하 '듄2')에 대한 ‘포브스’ 평가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평가는 100% 만점에 94%로, 3년전 1편(83%)을 능가했다. 한국에선 나흘 간 누적 67만 관객(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외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를 포함하면 ‘파묘’(2일까지 누적 538만 관객)에 이어 2위지만, ‘듄2’ 영상‧사운드를 최적화 관람할 수 있는 아이맥스‧돌비관 등 특수관은 20만원대 암표 거래까지 등장했다. ‘오펜하이머’(2023)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듄2’에 대해 “‘스타워즈’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제국의 역습’편과 비견할 만하다”고 호평했지만, ‘스타워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등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에 영감을 준 게 바로 ‘듄’ 원작이다. 미 해군 출신 기자이자 작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가 1965년 펴낸 원작 소설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이다. 종교와 정치의 결탁에 대한 경고를 담으며, SF 장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을 깬 걸작으로 꼽힌다. 10191년 미래 우주에서 황제로 인해 멸문한 귀족 가문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이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의 식민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메시아로 거듭나며 원주민 프레멘 반군과 힘을 합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 정치적 복수극이 종교적 광신도와 만나면… 영화 '듄: 파트2' 촬영 당시 로케이션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왼쪽). “시각효과의 강력한 협력자는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 로케이션을 촬영하려고 하고 가능한 한 자연을 담아내려고 한다”고 언급했던 그는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의 신비로운 사막의 모습을 영화 속 사막 행성 모습에 포착해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도망친 폴은 2편에서 프레멘 부족 전사로 합류하며 ‘무앗딥’이란 새 이름을 얻는다. 무앗딥은 사막에서 스스로 물을 구하는 캥거루 쥐이자, 밤하늘 길잡이 북극성이란 뜻이다. 이성적인 북부 프레멘과 달리 남부 근본주의자들은 폴이 예언 속의 외계 예지자 ‘리산 알 가입’이자 구원자 ‘마디’라 믿고 숭배하게 된다. 또한 제국의 막후 실세인 종교 집단 ‘베네 게세리트’ 일원인 제시카는 아들 폴이 베네 게세리트가 90대에 걸친 유전자 교배로 얻고자 한 초월자 ‘퀴사츠 해더락’이란 걸 증명하려 한다. 거대한 모래 벌레와 환각물질 ‘스파이스’가 공존하는 메마른 사막에서 북부 출신의 프레멘 전사이자 폴의 연인 챠니(젠데이아)는 폴이 메시아이자 권력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경계의 시선으로 지켜본다. 1편이 팬데믹 시기 전세계 4억3480만 달러(약 5808억원) 흥행을 거두며 3편까지 연출권을 확보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지난달 내한 간담회에서 “카리스마적 지도자, 종교와 정치가 결탁할 때 광신도 집단이 생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원작 속 경고의 메시지에 충실했다. 허버트가 이를 강조한 후속 소설 『듄의 메시아』도 읽었다”면서 “결국 ‘듄’은 한 청년이 타고난 배경, 유전적인 모습들을 버리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나고 자란 캐나다 퀘벡은 1960년대까지 종교의 정치적 힘이 셌다. 제도와 종교의 분리를 꾀하는 청년들의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고, 이런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 '스파이스'=석유, 1960년대 현실서 영감 '듄2'에서는 정치적 폭군들의 모습도 다수 등장한다. 사진은 폴의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원수 하코넨 가문의 블라디미르 남작으로, 그를 비롯한 친족들은 살인을 일삼는 무자비한 정복자로 그려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듄2'에서 폴은 “가진 게 없어서 공포를 무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대사의 토대가 된 원작의 풍부한 상상도 현실이 뿌리가 됐다. 허버트는 6년에 걸쳐『듄』의 세계관을 구상하며 200권 넘는 책과 삶의 경험을 총동원했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 이모들에게서 베네 게세리트를, 러시아 제국에 저항한 아랍 반란군의 성전에서 프레멘 반란의 단초를 얻었다. 지배권 전쟁을 촉발하는 스파이스는 석유의 은유다. 원작의 환각제, 신비주의, 정치적 암살과 같은 내용은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황금가지)에서도 꾸준히 탐구됐다. “크렘린‧펜타곤 등 거대한 권력의 중심지는 본질적으로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위한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득실거리고, 그들 중엔 제정신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할 수 있는 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수많은 종교가 사막에서 태동했다” “지도자들의 실수는 맹목적 추종자들에 의해 극대화된다”…. 집필 뒷이야기를 담은 책 『듄의 세계』(황금가지)에 인용된 허버트의 어록이다. ━ '듄 3'은 정치·종교 결탁 냉소한 『듄의 메시아』 영화 '듄'에서 하코넨 가문의 조카이자 양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왼쪽부터)는 베네 게세리트 자매단원인 레이디 마고트 펜링(레아 세이두)와 뜻밖의 만남을 갖는다. 이 만남의 결과가 3편에서 폴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도 주목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허버트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의 먼 친척이자, 공화당 의원의 연설문 작성자, 홍보 담당자로 일했지만, 공화당이 공산주의자 의심 인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평생 정부의 역할 축소를 지지해왔다. 『듄』 원작에서 제국주의 권력에 항거한 폴의 가문이 신적인 숭배 대상이 되는 미래를 1985년 단편 ‘듄으로 가는 길’에서 냉소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영화에선 이런 주제가 3편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빌뇌브 감독은 ‘듄2’에서 원작에선 3년에 걸쳐 벌어졌던 폴의 메시아 등극 여정을 수개월로 단축하고, 연인 폴의 변화를 우려하는 챠니를 원작보다 더 비중 있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그렸다. 그는 최근 영국 영화잡지 ‘리틀 화이트 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듄3’은 1969년 나온 소설 『듄의 메시아』가 기반이 될 것”이라며 “‘듄’ 3부작을 만드는 건 영화감독을 꿈꿀 때부터의 오랜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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