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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금요일, 한주간 논란이 됐던 사건 이슈를 짚어봅니다.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오늘은 어떤 얘기입니까? [기자] 오늘의 주제입니다. "7년을 속인 불륜남이, 감형됐다" 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채 7년간 불륜을 저지르고, 강제로 임신중단까지 시킨 30대 남성에게 최근 대법원이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확정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이 남성에게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상급심에서 형이 줄어든 이유, 법원에 낸 공탁금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7년이나 불륜을 저질렀다고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이모 씨가 피해여성을 만난 건 2014년입니다. 당시 29살이던 이씨는 5년간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고, 이듬해인 2015년엔 결혼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부남이 된 뒤에도 이씨는 피해여성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2020년 9월, 피해여성이 임신을 합니다. 이때까지도 여성은 자신이 이씨의 불륜상대라는 걸 몰랐습니다. 갑작스런 임신소식에 이씨는 자신이 탈모약을 먹고 있어서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면서 임신 중절을 요구했고, 여성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8개월쯤 지나 피해여성이 또다시 임신을 하면서 범행이 시작됩니다. [앵커] 두번째 임신을 한 뒤에도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거군요. [기자] 네. 오히려 결혼을 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뒤에선 치밀한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임신 한달 뒤, 인터넷에서 임신중단용 약물을 구입하는데, 임신과 수유에 도움이 되는 "엽산"이라고 속여서 모텔과 차 안에서 먹였습니다. 결국 여성은 두번째 유산을 했습니다. [앵커] ​​​​​​​여성은 그때까지도 이 씨가 유부남인 걸 몰랐던 거예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1년 12월 중순으로, 결혼 날짜까지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아버지가 위독하다" "신혼집을 구하는데 문제가 생겼다"면서 거짓말을 이어갔고, 결혼을 이틀 앞두고는 "코로나에 걸렸다"면서 결혼식까지 취소했습니다. 여성은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채고, 이씨의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그 자리에서 이 씨가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서야 이씨와의 연락을 끊으려 했습니다. [앵커] ​​​​​​​연락을 끊은 게 아니라 끊으려 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기자] ​​​​​​​이씨의 협박 때문이었습니다. 피해여성이 만나주지 않자 "함께 한 7년의 세월동안 찍은 사진과 영상들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유포할 것처럼 협박메시지를 보냈는데, 참다못한 여성이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해 5월 1심 법원은 부동의낙태와 협박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 차장, 대법원에선 1년 6개월이 아니라 1년 2개월형을 확정했다고 했잖아요? [기자]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2심 재판부가 1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겁니다. "이씨가 피해여성에게 1500만 원을 공탁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했다"면서 징역 1년 2개월로 감형을 해 줬고, 대법원도 형을 확정했습니다.이씨가 법원에 공탁금을 맡긴 걸 여성의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했다고 본 건데, 이전엔 피해자가 합의를 원치 않으면 공탁이 어려웠지만, 2022년 12월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되면서 피해자와의 합의 없이도 가능해 졌습니다. 그런데 공탁이 감형 요인이 돼다 보니, '꼼수 감형'을 위한 재판전략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 실제 최근에 '기습공탁' 논란들도 있었죠? [기자] 올 초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징역 5년을 확정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운전자는 2022년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하교하던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는데, 1심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재판과정에서 총 5억 원을 공탁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5년으로 감형을 해줬습니다. 유족 측은 공탁금 수령을 강력히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 공탁을 감형 사유로 본 겁니다. 피해 아동 아버지 (지난해 11월, 2심 선고 후) "지난 선고기일이 지연됐습니다. 2주 지연됐는데, 바로 기습적인 공탁이 이뤄졌습니다. 공탁 부분도 제가 원심, 그리고 이번 항소심도 정말로 받을 의사가 전혀 없다라고 제가 몇번에 걸쳐서 얘기했음에도 결국에는 일부 참작했다는 부분도 이해가 되지 않고요."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공탁과정에서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기습공탁 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 법안이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최 차장, 잘 들었습니다. 최석호 기자(bully21@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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