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신기하게도 뿔이 넷입니다. 위아래 크고 작은 더듬이 넷이 제멋대로 엇갈리며 까딱거리는 게 다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팽이 뿔의 다툼'이라고 합니다. 아무 소용없는 헛된 싸움을 뜻하지요.
느려터진 달팽이가 좁은 머리 위에서 자리 쌈박질까지 해대니 한심합니다.
'어딜 가니? 몰라. 멀리 가니? 모올라. 가기는 가니?'
이 세 마리가 다툽니다.
살찐 돼지 어느 부위가 맛있는지 따집니다. 다른 한 마리가 말합니다.
'곧 제사가 오면 돼지를 구울 텐데 우리도 모두 불에 타 죽을 걸 모르는가.'
네 마리는 돼지가 바짝 마르도록 피를 빨아댑니다. 마른 돼지를 잡지 않자, 말라 죽도록 먹어 치웁니다.
회라는 벌레가 있습니다. 몸뚱이는 하나인데, 입이 둘입니다. 먹이를 다투다 물어뜯고 서로 죽여 자멸합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막다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합동 연설회 방청석에서 의자를 집어 드는 육탄전까지 벌어졌습니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 대회' '자폭 전대'나 다름없는 난장판입니다.
한동훈 후보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거듭 소리쳤습니다.
"배신자! 배신자!"
한 후보 지지자들이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붙었습니다. 급기야 누군가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나섰습니다. 야유와 욕설과 몸싸움은 연설회장 밖까지 이어졌습니다.
모두 후보들이 자초한 일입니다. 온갖 자극적 언사로 헐뜯으며 키운 증오가 폭력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총선 넉 달이 지나도록 참패 백서나 쇄신책 하나 못 내고 있습니다. 민심을 되돌려 보수를 재건하는 명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친윤, 친한으로 갈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니 아니니 삿대질을 해댑니다.
거대 야당은 탄핵 공세로 정권의 명줄을 조여 오는데, 소수 여당은 저들끼리 부질없는 멱살잡이에 빠졌습니다. 지금 어떤 처지인지도 모르고서 말입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빛 같은 반짝 찰나에 기댄 몸이면서…'
그래도 달팽이는 느릴망정 뒤로 가진 않습니다.
7월 16일 앵커칼럼 오늘 '초라한 여당, 자폭 육박전'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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