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당론인 '방송4법' 입법에 앞서 여야 협의를 주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앞다퉈 비판했습니다.
의장 중재를 수용하겠단 현재 당 지도부와도 각을 세운 건데, 당장 오늘부터 시작되는 순회 경선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에 나선 것이란 분석입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맞아, 7월 임시국회 쟁점으로 떠오른 방송4법 중재안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민주당도 입법 강행을 멈추고, 범국민협의체를 꾸려 숙의하는 시간을 갖자는 겁니다.
[우원식 / 국회의장 (지난 17일) :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봅시다.]
여야 지도부가 숙고에 들어간 사이,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너도나도 우 의장을 성토했습니다.
협치는 이성적인 상대와 하는 거라며, 이사진 교체를 눈앞에 둔 공영방송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은 타협으로 문제를 풀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내 의장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추미애 의원을 다시 소환해 불만을 드러낸 후보도 있었습니다.
[강선우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그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 국회의장이 가지고 있는 힘, 그러니까 안건을 상정하지 않아도 되는 힘과 그리고 본회의를 열지 않아도 되는 힘, 얼마나 많이 당했습니까.]
일부 중진급 후보들도 지금 멈추고 대화하자는 건 여권을 도와주는 꼴이라며 우 의장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언주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그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 여당하고 야당을 같은 동일 선상에 놓고 합의해라, 이건 지금 좀 잘못된 생각이에요. 의장님이 명분 쌓고 있는 중 아닌가….]
하지만 후보들의 원성과 달리,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의장 중재안을 선뜻 수용했습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우 의장을 '자몽'에 빗대, 겉과 속이 다른 게 수박과 한 끗 차이라는 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략상 불리할 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여당에선 우 의장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을 걸 알고 공을 떠넘겼다는 불만이 감지됩니다.
야권 뜻대로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방송4법을 처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겁니다.
[추경호 / 국민의힘 원내대표 (어제) :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행정부의 인사 권한일 뿐만 아니라….]
결국,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을 향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강경한 발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40%에서 56%까지 비중이 커진 권리당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많습니다.
다만, 이들이 실제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비슷한 기류가 고스란히 당 정책 노선에 반영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촬영기자 : 이상은 이승창
영상편집 : 전주영
디자인 : 백승민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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