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 개발 현장에서 격노하며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덜 돼먹었다는 등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처벌을 지시했는데, 이처럼 극단적인 장면을 노출하고 부각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
북한이 본보기 지방도시라 자랑하며 대규모 개발을 하고,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공들이는 곳입니다.
[조선중앙TV]
"두메산골로 불리던 여기 포태지구가 오늘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장‥"
최근 이곳 개발현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국토부 장차관에 해당하는 내각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당 중앙의 지시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국가공무원으로서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 비난하며 법 기관에 넘기라고 처벌도 지시했습니다.
삼지연시와 내각, 노동당 조직지도부 등 관련 간부들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열거한 만큼 대규모 문책이 뒤따를 걸로 보입니다.
[나용우/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준공식하고 착공식하고 여러 가지 보여주기를 많이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 추진 속도나 방향이나 이런 것들이 원하는 만큼 제대로 잘 가고 있지 않다‥"
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질타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건 실세 측근들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지난해 8월엔 김덕훈 총리가 간석지 침수 피해를 이유로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았습니다.
[조선중앙TV (2023년 8월)]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업무태도)로 국가 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하시면서‥"
군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박정천과 리병철도 각각 군 지휘 통솔 부진, 코로나 방역 실패 등의 이유로 비난받으며 해임되는 등 부침을 겪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희생양을 찾고 누구든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라는 분석입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 총장]
"일종의 공포, 책임 이런 것을 통해서 자신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측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등용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하는 격려, 이 두 가지가 즉흥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 아니겠는가‥"
다만 김정은의 복심으로도 불리는 조용원 노동당 비서는 아직까지 예외입니다.
북한 권력의 핵심 정치국 상무위원이 질책당하고 해임과 강등, 복권을 반복하는 동안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김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 관련자에게 처벌을 지시한 날에도 김정은 옆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웃는 모습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건 여러 번 됩니다. 그리고 조용원만 삐딱하게 앉는다든지, 김정은 옆에 바로 걸어간다든지 다른 엘리트들과 다르게. 조용원은 사실상 김정은의 복심이면서‥"
하지만 사진 한 장도 검열을 거쳐야하는 북한의 매체 환경을 고려하면 이런 돌출 행동이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편집: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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