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10.30) 모든 아침신문 1면에는 △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북-러 군사협력 공동대응” 밝혀(6곳) △교육부, 의대생 휴학 승인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6곳) 등 두 기사가 크게 자리잡았습니다. 1면 톱기사를 보면, 동아-중앙일보는 ‘우크라이나 문제’, 조선-한국일보는 ‘의대생 휴학 승인’ 문제를 다뤘고, 한겨레-경향신문은 각각 각사가 단독입수한 내용인 ‘명태균 의혹’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명태균-김건희 의혹 봇물
② 시선, 클릭!
- 서울시, 아이 낳으면 ‘20년 전세’
- 아프리카 문어, 남미 오징어
- 시청시간, 숏폼 > OTT
- 비트코인 곧 1억원
-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80마리
③ Now and Then : The Post(2018)
① 차이의 발견
# 명태균-김건희 의혹
‘명태균 의혹’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옵니다. 오늘도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명태균 관련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연결된 2021년부터 대선 경선, 지방선거, 창원 보궐선거, 총선에 이르기까지 명씨의 입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명태균-김건희 선거·국정 개입 의혹(한겨레 보도)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와의 통화 녹음파일 내용입니다.
1) 김영선 보궐선거 공천(2022.5.2)
-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
=> 공천 발표 8일 전입니다. 그리고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됐습니다.
2) 서울시장 선거(2022.5.30)
-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번 1000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1000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
=> 당시 작성한 미공개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58.0%-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 38.4%로, 실제 선거 결과(59.05%-39.24%)와 1%P 안팎으로 매우 비슷했습니다. 아마도 선거 뒤, 명씨에 대한 김 여사의 신뢰가 더 높아졌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당시 김 여사가 명씨 부탁을 받고 민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도 관심을 갖는 등 전체 판세를 지켜보며 모든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3) 창원 국가산단 지원(2022.11.23)
- (창원국가산단 관련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윤석열 사진을 위로 올려서 그 크기로 ‘국가산단이 필요합니다’ 넣어야 한다. 이건 부탁하는 거거든 사모(김 여사)한테”라고 말했다.
=> 이 통화는 국토교통부 실사단이 창원 현지에 창원국가산단 부지 심사를 온 날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넉달 뒤인 지난해 3월15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신규 창원국가산단 추진이 공식화됐고, 김영선 전 의원 지역구였던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일대에 조성될 예정입니다. 1조4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태열씨는 한겨레21에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 현장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국토부 공무원을)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4) 여당 당무 감사(2023.11.13)
- “(김영선 전 의원이) 당무 감사 꼴등 했다며? 위에 윤한홍이 (김영선 등을) 다 제거하라고 하니까 그렇겠지. 내가 여사한테 연락했어. 김영선한테도 여사한테 연락하라고 해놨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내가 마지막 도와주는 거야. 여사한테 구구절절 텍스트 문자로 보냈어. 여사가 도와줄 건데,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거야”
=> 이 당무 감사는 지난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진행된 것입니다. 김영선 전 의원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물을 퍼마신 것이 이보다 앞선 7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명씨가 강혜경씨와 통화한 11월13일께에는 당무 감사가 막바지이긴 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런데도 명씨가 그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당무감사 결과는 11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됐습니다.
한겨레신문 3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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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총선 때는 달라진 분위기?
-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는 총선 즈음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진 듯 보입니다. 실제로, 총선을 앞두고 명씨가 김 여사에게 강하게 민원을 제기한 흔적은 보이나,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 아래는 jtbc 보도 내용 중심입니다.
(2023.12.3) 강혜경씨와 통화
- “당신(김영선) 국회의원 누가 주나. 명태균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명태균) 그거 하라고 줬는데”
(2024. 2.18)
- “내일 아침에 컷오프 발표돼.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
=> 그런데 바로 이날, 김영선 의원이 갑자기 ‘험지’인 김해갑 출마를 선언합니다. 앞서 김영선 의원은 2월6일 장동혁 사무총장을 만나 ‘조해진 의원과 함께 김해 갑·을로 가면 시너지가 나고 둘 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냅니다. 그러나 장 총장은 ‘기존 지역(김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보내면 그 반발이 거세지고, 두 선거구 모두 망칠 수 있다’며 거절합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 탈환’이라며 3명의 현역 의원을 ‘험지’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김영선 전 의원은 그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김영선 전 의원은 명씨와 강혜경씨의 통화가 있던 이날, 일방적으로 김해갑 출마를 선언합니다. 실제 컷오프는 2월25일 1차 발표되고, 김영선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겼기에 창원의창 컷오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24. 2.26)
- “내가 대통령 여사, 얼마나 심하게 얘기하는 줄 알아? 그래서 지금 그게 겁이 나서 (김해갑 컷오프) 발표를 못 하는 거예요.”
=> 이 무렵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9차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김해갑) 단수 공천을 요구합니다. 그때 김 여사는 “김영선이 단수 공천을 받으면 나도 좋지”라고 답합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김 여사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영선 전 의원은 3월2일 컷오프 됩니다.
3. 검찰, “단내나게 수사한다”(?)
- 지금까지 나온 것은 명씨, 김영선 전 의원, 강혜경씨 등으로 아직까지 ‘김건희 여사’의 직접 음성이 나오지 않은 점만 남았습니다. 따라서 이는 모두 간접증거입니다. 이번 사건의 첫번째 제보자가 강혜경씨이므로, 명태균-강혜경, 김영선-강혜경의 녹취록 위주로 공개된 탓입니다. 그러나 명씨가 ‘맛보기’로 제시한, ‘오빠 카톡’을 통해 김 여사가 이미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제 수사해야 할 지점은 명태균-김건희, 명태균-김영선 통화 내용입니다. 명태균, 김건희, 김영선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야 합니다. 이미 검찰이 넉넉한 시간을 준 탓에 증거인멸이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지만, 최소한 명씨는 어떤 형태로든 통화 녹음, 카톡 대화 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강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이 지난 7월입니다. 그런데 창원지검은 석달 동안 이를 쥐고만 있다가, 지난 10월10일 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자마자, 시효 만료를 이유로 종결 처리했습니다. 또 앞서 경남선관위가 세 사람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지난해 12월입니다. 정치자금법은 선거법과 달리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언론 보도가 처음 나온 9월 이전까지는 도대체 뭘 수사했는지 수사 흔적을 확인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지난 17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지금 최선을 다해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검찰 수사에서 이 의혹이 제대로 드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4. 김건희-명태균 흔적
1) 이준석 외교부장관 추천(윤상현 의원, 29일 MBC 라디오)
- “(2023년 말) 인요한 혁신위원장 시절, 명태균씨가 인 위원장을 찾아왔다. 다짜고짜 ‘이준석을 데려다가 빨리 외교부 장관(으로) 추천하라’고 했다고 한다. 인 최고위원이 뭐라고 얘기를 못하고 ‘도대체 이 사람이 뭔가’ (싶었다고 한다)”
2)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에 하소연(개혁신당 관계자)
- “김건희 여사가 7월12일 시부상을 당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에게 위로 문자를 보냈고, 이 과정에서 통화가 이뤄져 1시간 동안 디올백 수수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 당시는 명태균 의혹이 불거지기 전이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일었을 때입니다.
=> 허은아 대표는 “(김 여사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다. 통화하면서 그런 말씀 들었다고 말하기엔 좀 애매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통화 사실이 다른 사람을 통해 알려진 것에 대해 다소 난처해 하는 듯합니다. 이와 별도로 허은아 대표는 지난 2일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법률에 규정하는 이른바 ‘김건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현재는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3) 야당 대표에게 전화?(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29일 CBS 라디오)
“저번 주에 김건희 여사가 야당의 한 대표에게 전화 걸어 1시간 동안 ‘나 억울해, 내가 뭘 잘못했어,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이거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러한 감정적인 토로를 했다라는 게 조금 확인이 됐습니다. 제가 다른 분에게 얘기를 들었다. (전화를 받은) 당사자가 아까 저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더라”
-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엔 통화한 적 없다. 장 소장께서 저인 것처럼 말씀하셨다면 그 이유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왜 갑작스럽게 (김 여사가) 야당 대표와 통화했다고 얘기했는지 궁금하다. 짐작 가는 것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 원내 진출한 야당 대표로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조국(조국혁신당), 김재연(진보당), 허은아(개혁신당), 용혜인(기본소득당), 한창민(사회민주당) 대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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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설
한겨레 = “김영선 공천은 김 여사 선물” 발언까지, 특검밖에 없다
조선 = 여론조사 빙자한 여론 조작, 검찰이 전체 수사로 근절해야
-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각각 관련 사설을 썼는데, 초점과 방향이 다릅니다. 조선은 ‘여론조사 조작’에 초점을 맞춰 “검찰이 여야 모두 수사하라”고 주문하고 있고, 한겨레는 ‘공천 개입 의혹’에 초점을 맞춰 “특검을 도입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가 다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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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서울시, 아이 낳으면 ‘20년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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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문어, 남미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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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이스는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신문의 독립성’을 내세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각 신문들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endorsement)를 밝힙니다. 뉴욕타임스는 1800년대 말부터,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부터 그렇게 해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지난 9월30일,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논설위원실에서 해리스 지지 사설을 내보내기 위해 초안까지 작성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를 사주인 제프 베조스가 막은 뒤, ‘특정 후보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자, 로버트 케이건 총괄 편집인이 사표를 냈고, 논설위원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19명의 기자들이 회사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오피니언 란을 통해 게재했습니다. “본지가 대선 캠페인에서 지지 표명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끔찍한 실수로, 신문의 근본적인 편집 신념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특정후보 지지 선언 불발’이 이뤄지기까지 자사의 내막을 취재해 워싱턴포스트에 기사를 썼고, 워싱턴포스트 만화가 앤 텔네이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만평을 내보냈습니다.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에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SNS에서는 ‘WP 구독 취소’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틀만인 28일 오후까지 20만명이 넘는 WP 독자가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돈을 내고 종이신문이나 디지털 유료구독을 하는 WP 독자 250만명 중 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사주인 제프 베조스는 28일 WP 오피니언란에 ‘불편한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The hard truth: Americans don’t trust the news media)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 글에서 베조스는 “대부분 사람은 언론이 편향되어 있다고 믿는다. 대선 후보 지지는 선거 판세를 뒤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언론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며 “이를 중단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고, 대선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조치”라고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과 독자들은 베조스의 강력한 부인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 상거래, 클라우드, 우주 산업 등의 분야에 걸쳐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아마존 대주주 베조스가 당선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관련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입니다.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와 제8조의5(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제1항의 규정에 따른 인터넷언론사가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선거 때에 오피니언과 보도를 분리해, 사설을 통해서는 어느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기사는 공정하게 쓰는 방안이 일각에서 논의된 적은 있으나,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지금도 정파적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 경우 오히려 더 노골적이 되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기는 합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 포기’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사주와 기자들이 WP를 플랫폼으로 정반대의 의견을 같은 지면을 통해 동시에 게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우 특이한 현상입니다. 한국 같았으면, 사주가 저렇게 사설을 막는 데에 이르렀다면, 성명이나 관련 비판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터인데, WP를 무대로 양쪽이 자신의 주장을 각각 설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한 언론사의 오피니언란에 서로 다른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사내에서부터 비판이 일고, 독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피니언란’에서는 좀더 다양한 시각, 그리고 해당 언론과 입장이 다른 외부기고도 좀더 확장적으로 공간을 열어주고, 독자들이 다른 의견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최근까지는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온 듯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사건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베조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번 결정은 ‘언론의 공정성’을 높이기보단 오히려 ‘자본의 언론 훼손’ 성격이 더 짙다고 봅니다. 오늘은 노래가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2018) 예고편을 전해봅니다.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 보도 과정에서 당시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사주)이었던 캐서린이 회사의 운명을 걸고 보도를 승인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지금 워싱턴포스트의 이전 모습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J985CbQU8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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