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대통령이 로비스트와 사랑에 빠집니다.
염문이 퍼지면서, 63퍼센트였던 지지율이 폭락합니다.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이 60퍼센트에 이릅니다.
대통령은 침묵합니다. 젊은 보좌관이 설명을 요구하자 비서실장이 가로막습니다.
"각하는 당신한테 대답할 의무가 없네!" "있어요. 저 분은 제 대통령이니까요. 이건 국민의 의무입니다!"
프로이트가 갈파했지요. '인간은 불쾌한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방어한다.'
"기억하기에 너무 아픈 건, 우린 그저 잊어버리죠…"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돌아서서 멀어지면 기억도 희미해지는 걸까요.
"내 곁에서 멀리 떠나가버린,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모습 떠올리고 있네… 돌아서버린 너였기에…"
'명태균 녹취 파문'이 대통령 통화 육성으로 번졌습니다.
공천에 개입한 듯한 정황이 담겨 있어 심상치 않습니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법적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불법은 없었다." 당선인 신분 통화여서, 법을 어긴 건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입니다.
물론 중대한 문제이지만, 국민이 받았을 충격부터 헤아리는 게 순서일 겁니다.
공천 개입 여부가 가려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도드라진 문제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입니다. 첫 공식 입장부터 꼬였지요.
'두 번 만났다'는 기억은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연락을 끊었다'는 기억 역시 이번에 어긋났습니다.
어제도 '기억'을 들먹였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통화 내용이 아니었다." "수백, 수천 통 오는 축하 전화 중의 하나"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과 축하 통화를 하며 공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대통령은 "당 공천 관리위에서 들고 왔다"며 이튿날 공천 받은 사람을 거명했습니다.
그런데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이랍니다.
정치 브로커가 대통령을 상대로 협박했습니다. "내가 감옥에 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진다."
대통령 부부를 비속어로 호칭하며 마구 떠들어댑니다. 그런데도 우물쭈물 전전긍긍하는 듯한 행보가 구차해 보일 지경입니다.
더는 늦기 전에 직접 설명이 필요합니다.
11월 1일 앵커칼럼 오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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