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넉 달 전 한 태권도장 관장이 4살 아이를 매트 사이에 거꾸로 집어넣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사건 당시 CCTV를 확보했는데, 여기엔 아이가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괴롭히는 관장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아이가 숨진 사연을 전해달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당시 상황부터 전해드립니다.
오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오후 7시 6분)
4살 몸집 작은 아이는 관장 손에 끌려 나옵니다.
아무렇게나 잡아당기자 다른 아이와 부딪힙니다.
아이 이름은 최이안.
키 101cm에 몸무게 14kg, 또래보다 작고 약했습니다.
(오후 7시 7분)
이안이는 관장 최 씨를 올려다보며 말을 건넸습니다.
최 씨는 손바닥으로 이런 아이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벽에 세운 매트로 밀고 가더니 번쩍 던져 매답니다.
(오후 7시 8분)
이안이가 못 버티고 떨어지자, 이번에는 거꾸로 매달았습니다.
또 떨어진 이안이, 최 씨는 그대로 들어 쌓아 둔 매트 위에 올렸습니다.
체념했는지 힘이 빠졌는지 아이는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후 7시 9분)
최 씨는 이런 이안이를 돌돌 말아 세워 놓은 매트 구멍에 거꾸로 집어넣습니다.
축 늘어진 허벅지를 다시 잡아 쑤셔 넣고 엉덩이를 못질하듯 내려칩니다.
이안이는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오후 7시 11분)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게 된 아이는 발버둥 치기 시작했습니다.
매트 사이 공간은 20cm가 채 안 됐습니다.
도장 안 아이들은 자꾸만 매트를 쳐다봤습니다.
이 때 쯤 이안이는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습니다.
(오후 7시 15분)
어느 순간 이안이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는 늘어졌고.
태권도장 사범 이 모 씨는 다리를 당겼다 폈다 할 뿐입니다.
매트 옆에 기대 있다가 물구나무서고 장난칩니다.
(오후 7시 16분)
이안이는 점점 아래로 사라져 갑니다.
다리가 완전히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발버둥을 쳤습니다.
사범 이 모 씨는 매트 속을 들여다봤지만 끝내 꺼내지 않습니다.
(오후 7시 36분)
이안이를 꺼내기까지 27분이 흘렀습니다.
옆에 선 아이들도 놀랐습니다.
뒤늦게 아이를 안고 뛰었지만 늦었습니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이었습니다.
[앵커]
문제의 태권도장 관장은 사건 직후 지금 보신 CCTV부터 삭제했습니다. 그리고는 '숨진 아이를 평소 아꼈고 장난으로 그런 것뿐'이었다 주장하기 시작했고, 재판 중인 지금도 이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숨진 게 부모 때문이란 주장까지 하고 있는데, 저희 취재진이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아이 삶은 4살 사진 속에서 멈췄습니다.
어쩌면 어머니의 시간도 더는 흐르지 않습니다.
[최민영/피해 아동 어머니 : 식물인간이라도 좀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제발 부탁 좀 한다고… 무릎 꿇고 빌었어요. 바짓가랑이 잡고 빌어보고 했는데…]
병원에 누운 지 열하루, 어머니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보낼 수 없었지만 보내야 했습니다.
[최민영/피해 아동 어머니 : (화장장에) 관이 오잖아요. 이제 우리 차례잖아요. 관이 너무 작아…옆에 사람들이 있잖아요. 관이 너무 작아요.]
마흔 살에 어렵게 얻은 아이는 착하고 순했습니다.
[최민영/피해 아동 어머니 : {이안이 얘기 먼저 해볼까요.} 엄마는 힘드니까 내가 도와줄 거야. 나중에 크면… 나중에 크면 엄마는 집에 있어. 내가 다 해줄게…]
왜 보내야 했는지라도 알고 싶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건 직후, 관장 최 씨는 CCTV를 지우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최민영/피해 아동 어머니 : 제가 'CCTV를 왜 지웠냐' (물어봤더니) 유치장에 있을 때는 '별거 없다'고 그랬어요. 저한테.]
복구한 CCTV를 보는 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괴로워하는 아이, 바라만 보는 어른들이 미웠습니다.
[최민영/피해 아동 어머니 : (직원들은) 안 죽였다고 해서 자기 죄가 없는 게 아니에요. 상황 판단을 못 할 나이도 아니고. 애가 그렇게 됐으면 꺼내야죠.]
관장 측은 "다른 아이들도 수없이 매트에 넣었다. 장난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대로 사망한 게 아니라 연명 치료를 중단해서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엄마는 한동안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영상취재 김대호 / 영상편집 김영석 / 영상디자인 이정회]
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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