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로보틱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닮은 '로펫'(ropet)도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의 주요 전시 소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 동물과 흡사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사람과 정을 나누는 진정한 반려동물의 지위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개막 이틀째를 맞은 'CES 2025' 전시장 곳곳에는 '로봇 펫'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 드물지 않게 포착됐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서 만난 한 중국 업체의 로봇 개, 고양이는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의 손길을 기다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허스키, 시바견, 터키시 앙고라를 닮은 각각의 로봇 동물들의 머리 위나 목덜미를 만져보니 실제 동물이 사람 손에 몸을 비비는 동작을 유사하게 흉내 냈다.
만지기 전까지 소리를 내지 않다가 손을 타는 즉시 낑낑거리거나 야옹 소리를 내 흡사 진짜 강아지, 고양이를 만지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털 밑에 숨겨진 딱딱한 금속성 촉감이나 실제 동물의 털과 비교하면 꽤 뻣뻣한 털, 카메라가 내장돼 흰자 부분이 파란 눈 등은 지금 만지는 것이 진짜 반려동물이 아닌 로봇이라는 사실을 금방 자각하게 했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동물 로봇이 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라 보였다.
이번 CES에 출품된 로펫 중 가장 실제 동물과 가까운 외모를 가진 톰봇사의 '제니' 역시 모델이 된 진짜 강아지와는 쉽게 구별되는 '로봇스러움'을 갖고 있다.
실제 동물과는 차이가 있지만 잘 만든 강아지 인형과는 큰 차이가 없다.
톰봇사 관계자는 진짜 동물과 똑같지 않아도 나름의 효용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치매에 걸린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로펫은 실제 폭력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도 치매 반려인에게 정서적 기쁨을 주는 효용이 있다"고 말했다.
CES 2025에 전시된 로펫들은 대개 부드러운 털이나 동물과 유사한 외모 등 실제 동물과 비슷하게 표현하려 한 경우가 많았지만, 처음부터 로봇임을 인정하고 날렵한 움직임, 기능성 등으로 승부를 거는 전시품들도 있었다.
소형 로봇 개를 출품한 헹봇 이노베이션의 쟈오후 캉씨는 "정서적 교감이 아니더라도 개발자가 로봇 개를 다루면서 로보틱스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든지 용도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소개했다.
한편, 인간에게 효용을 주는 로봇 펫 기술뿐 아니라 반려동물 삶의 질을 끌어올려 주는 기술도 CES 2025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NFAI 손정하 대표는 약을 먹이기 힘든 고양이들을 위해 물에 약을 극소량씩 섞어 먹이는 급수기를 만들어 출품했다.
이 밖에 새장에 스마트 카메라를 장착해 야생 조류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나 반려동물용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도 CES를 찾은 반려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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