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불이 이렇게 영덕 바닷가 마을을 덮치자 주민들은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로 피했습니다. 바다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매우 위험한 곳인데도 목숨 걸고 여기로까지 피신한 겁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서로를 부축하고 장애물을 치워주며 버텨냈습니다.
구석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바닷가 마을로 들이닥친 불에 주민들은 방파제까지 밀려났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테트라포드 아래로 보따리를 던지고 그 밑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이 광경을 본 외국인 선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안전장비를 착용하라고 소리칩니다.
[안전장비, 안전장비. 됐어, 됐어.]
테트라포드는 방파제에 있는 콘크리트 블럭으로, 큰 파도를 막아주지만 너무 위험해 '바다의 블랙홀'로 불리기도 합니다.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가야 된다, 가야 된다. 이제 천천히 가자.]
쓰러진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려달라 외칩니다.
[아야, 아. 나, 거기로 나가자.]
또 다른 주민도 그대로 주저 앉아버립니다.
동네 청년들이 달려가 부축하기 시작합니다.
[잠깐만,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여기저기 장애물이 나뒹굴자 이번엔 주민 여럿이서 힘을 모아 치웁니다.
불구덩이 속에서 바닷가 마을 어선들도 숯덩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뭍으로 끌어올린 불탄 선체가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도로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도왔습니다.
피난로를 터주는 경찰차.
뒷따르는 승용차는 위험 지점마다 속도를 낮추고 높이며 뒷차 행렬을 이끕니다.
[제보자 : 뒷차들한테 따로 도움은 못 줘도 그냥 마음적으로 잘 따라와 주기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콘크리트 테트라포드에서도 불 붙은 도로에서도 사람들은 그렇게 버텨냈습니다.
[영상취재 조선옥 / 영상편집 김영석]
구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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