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가 하면 영덕에선 사방이 불길로 가로막히며 주민들이 바닷가 방파제까지 내몰렸던 밤 보트를 몰고 나타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불길은 점점 다가오는데 그렇다고 바다로 뛰어들 수도 없던 절박한 상황에 등장해 34명을 구조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이세현 기자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기자]
시뻘건 화선이 산을 타고 마을로 내려옵니다.
연기로 뒤덮인 거리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산불이 영덕 축산면 바닷가 마을을 덮친 지난 25일 밤.
[구조대 왔습니다! 이동하실 분 없습니까!]
당시 사방이 불길로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남은 탈출구는 바다뿐이었습니다.
짙어지는 연기에 방파제로 몰린 사람들은 지쳐갔습니다.
[김해룡/경북 영덕군 : 영화의 한 장면도 그렇게 못 찍을 거예요. 저도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세주처럼 보트가 와 가지고.]
보트를 몰고 온 건 한국해양구조대 영덕구조대장 전대헌 씨였습니다.
[전대헌/한국해양구조대 영덕구조대장 : 고립된 사람들이 100여명이 있다. 최대한 빨리 그쪽으로 가게 되었고.]
하지만 구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화염이 거세 선착장까지 접근이 어려웠고 방파제에 직접 배를 대는 것도 위험했습니다.
[전대헌/한국해양구조대 영덕구조대장 : 트럭으로 사람들을 실어 연기 속을 뚫고 실어나르고.]
전 씨는 후배 구조대원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34명을 구조했습니다.
전 씨는 어린 사촌 동생이 바다에서 숨진 뒤 절대 망설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대헌/한국해양구조대 영덕구조대장 : 6~7세 때 우리 사촌 동생들도 물놀이 하다가 사망을 했어요. (구조 상황이 생기면) 남 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항상 먼저 들더라고요.]
말이 그대로 행동으로 이어진 그날 밤 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장후원 / 영상편집 김지우]
이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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