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이 시작된 때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경북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인한 작은 불씨에서 시작됐습니다. 강풍을 타고 불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주불을 잡는 데만 꼬박 엿새가 걸렸습니다.
오늘은 박상현 기자가 발화부터 주불 진화까지 149시간 동안 벌인 산불과의 사투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22일, 오전 11시 25분)
하늘에 연기가 가득하고 주변 야산에는 시뻘건 불길이 번져나갑니다.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불.
김정호/ 목격자
"남자 한 분이랑 여자 한 분이 헐레벌떡 뛰어 내려오더라고요. 같이 진화를 하든지 하자니까 바로 내려가 버려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됐지만 강풍에 불길은 속수무책으로 확산됐습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
"바람이 워낙 세니까 불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많이 어렵고, 헬기도 바람이 워낙 많이 부니까 물이 비산이 많이 되고..."
(23일 오전 11시)
경상북도는 재난특별지역 선포를 요청했고, 의성-안동 구간 도로 곳곳이 차단됐습니다.
(24일 오후 4시0
불길은 하루만에 의성과 인접한 안동까지 넘어갔습니다. 밤샘 진화작업에도 화마는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25일 오후 5시)
불은 천년고찰 고운사를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었고
도륜 / 고운사 총무국장
"(신도들의) 향화가 끊이질 않았는데 끊어지게 돼서 참담하고 부처님께 참회하는 심정입니다."
맹렬한 기세로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까지 번졌습니다.
태풍급 강풍을 타고 불은 순식간에 영양을 넘더니 동해안 영덕까지 확산했습니다.
(26일 오후 12시 50분)
산불 헬기로 진화 작업을 하던 중 의성에선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고, 청송 교도소 재소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버스기사
"대구에서 한 80대 정도 왔습니다. 지금 교도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고 하네요."
(28일 오후 5시)
지리산 코앞까지 불길이 번지며 모두들 희망을 잃어가던 순간 때마침 내린 적은 양의 단비가 상황을 반전시켰습니다. 진화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산불발생 149시간 만에 마침내 주불을 잡았습니다.
임상섭 / 산림청장
"의성, 안동, 청송, 영양 4개 지역의 모든 지역의 주불이 진화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경북과 경남 7개 시군을 휩쓴 이번 산불이 남긴 상처는 크고 깊습니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2배가 넘는 4만8천㏊를 태워 서울 면적에 버금가는 산림이 훼손됐습니다.
사망자도 30명이 발생했고, 대피 인원도 3만 7000여명에 달합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막을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숙제를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뉴스7 포커스입니다.
박상현 기자(pshy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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