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협상할 시간입니다."
"언제쯤 정신 차릴 거요? 우린 해안에서도 싸울 것이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습니다."
2차대전이 시작될 때 영국은 협상파와 주전파로 갈려 격렬히 싸웠습니다. 결사 항전을 외치는 처칠에 반대해 외무장관 핼리팩스는 히틀러와의 협상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마침내 선전포고가 선언되자, 영국은 하나가 돼 최후의 승리를 향해 전진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전, 대한민국은 너무도 갈라졌습니다. 갈등의 정도가 어느 때보다 커, 어떤 선고가 나든 혼란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선고 직전 여론조사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수용 않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44%나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선고 당일, 경찰차 유리창 하나 깬 거 말고는 폭력은 없었습니다.
기각이 됐을 때는 어땠을까 비교할 수는 없지만, 탄핵반대 측은 대부분 승복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집회도 취소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 겁니다.
"혼란스럽겠지만 평상시로 가서 전부 다들 다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다같이 화합했으면 좋겠습니다."
외신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개월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the past four months have also shown the resilience of South Korean democracy)'으로 묘사했습니다.
우리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이후 온갖 풍상을 견디며 성장했습니다.
지난 넉 달은 또 다른 시련의 시간이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강했습니다.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보여준 시민의식도 빛났습니다.") 전설로 남은 붉은 악마들의 거리 응원. 아쉬운 결과에도 승복하고, 내일을 다짐하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K 컬처였습니다.
탄핵심판 결과에 아쉬운 마음이 있어도 받아들이고, 화난 시민들을 서로 달래주는 다른 시민들이 있어 안정은 빨리 찾아왔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스스로 분열된 집은 설 수 없다(A house divided against itself cannot stand)'고 했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공동의 집' 대한민국을 누가 더 잘, 믿을 만하게 경영할지 냉철하게 판단할 때입니다. 성숙한 시민의식만큼 우리 국민은 늘 현명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4월 7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믿고 또 믿는 대한국민'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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