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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250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 이충걸 17년의 편지
"나는 불가피하게 수백 번 첨삭하는 작가의 삶은 모르지만, 가지에 앉은 새처럼 관찰력이 풍부한 편집장의 글을 쓰고 싶었다……… 진짜 세상으로부터 한 발 떨어진 인지부조화의 고아원에서 지냈다. 동시에 늘 의기소침하면서 날뛰는 호기심이 무기라고 떠벌리는 과학자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깊이 없고 응석 많은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차라리 정직하다고 여겼다."
이번 주 북적북적의 선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은 지난 2001년 창간호부터 17년 동안 남성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GQ'를 이끌었던 이충걸 편집장의 '에디터 서문'을 모은 에세이집입니다.
저는 이 '남성잡지'를 서점에 서서, 또는 헤어샵 같은 데서 눈에 띌 때마다 종종 훔쳐봤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GQ' 제작진에 사과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한 번도 사보지는 못했습니다. '남성잡지 좀 내가 사면 어때?' 생각했지만, 그걸 들고 계산대까지 갈 용기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남자들끼리 본다고 만드는구나. 흥!' 같은 어쭙잖은 자존심, 소외감 같은 것도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훔쳐봐야' 볼 수 있는 책이었으니, 사회로 나오고 바빠질수록 점점 자주 접하지는 못하게 됐죠. 그래서 얼마 전에 우연히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더 반가운 마음이 들어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GQ'를 공짜로만 읽어온 그동안의 빚을 아주 조금 갚은 것 같은 느낌도 약간은 있네요.
"월요일 오전 열한 시였다. 이번 주에 처음 거짓말을 한 시간.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주말에 뭘 했느냐고 누가 물었고, 나는 토요일엔 벼르던 흑인문학전집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도 지적으로 하는 내가 스스로도 대견했다. 주말에 내가 한 건, 집 밖으로 한 뼘도 나가지 않고 잠을 자다가, 눈을 뜨고 누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