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피스텔 70채를 세 놓은 집주인이 잠적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2-30대 청년들인 세입자 70명은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는데 이 중엔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중개사의 추천을 믿고 계약했던 이들이 많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사회 초년생인 이모 씨는 2년 전 부산 부전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전세를 얻었습니다.
보증금은 8천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모 씨/세입자 : 되게 당황스럽고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힘들었고요. 월세 한 40(만원) 아끼려고 전세로 들어왔는데 빚이 8000(만원)이 생기게 생겼어요.]
이 오피스텔에 입주해 있는 세입자 70여 명도 경매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은 모두 합쳐 70억 원에 달합니다.
취재진은 여러 차례 집주인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A씨/개인 채권자 : 잠적했어요. 지금 야반도주했어요. 같은 건물에 살았는데 이사를 간 상황이고요. 한 달째 들어오질 않고 있습니다.]
세입자 가운덴 집 구하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걸 내세운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하게 됐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김모 씨/세입자 : 자기가 부동산 일하면서 사고 하나 없어서 OOO OO에서 출연해 달라고 해서 방송 나갔다고 엄청 강조를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믿고 계약을 하게 됐고요.]
[박모 씨/세입자 : 공인중개사분이 설명하시길 (집주인이) 서면 일대에 자산도 많고 이 정도 건물에 그 정도 근저당 설정 안 돼 있는 건물 없으니까 별문제 없을 거라고…]
경매에서 새 주인이 나오더라도 세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얼마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오피스텔의 5~7층은 21억 원의, 나머지 층은 67억 원의 공동담보가 각각 따로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5~7층 세입자는 21억 원의 공동담보만 안내받았을 뿐, 나머지 층에 67억 원의 담보가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최모 씨/세입자 : 계약하게 될 집만 근저당 설정권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 담보로 잡힌 것에 대해 알려주시고 건물 전체 같은 경우는 아예 다른 말씀이 없으셔서…]
공인중개사는 정상적인 매물을 중개했다는 입장입니다.
[B씨/공인중개사 : 제가 중개할 당시에 만약에 경매 진행 중이었으면 제 잘못이 맞잖아요. 그런데 제가 중개할 때는 완전 정상이어서 대출까지 나왔어요.]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세입자에게 건물 전체의 담보가 얼마인지 중개사가 알려주는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권대중/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그 과정에 매수자나 매도자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또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중개사가 확인할 의무를 법적으로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문제가 있는 물건을 소개한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정아람 기자 , 최대환,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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