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는 커지지만 분석은 그만큼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정의 자체도 헷갈립니다. 뉴스룸은 최근 3년간 묻지마 범죄로 알려진 사건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묻지마 범죄에는 더 묻고 따져봐야 할 특징이 있었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 2020년 5월 서울역 >
이 30대 남성이 노린 대상은 여성이었습니다.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밖으로 태연히 나갑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선 여성 어깨를 부딪히고 밀어버립니다.
이 남성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불안해서 그랬다"고 진술했습니다.
일반인들은 동기를 이해할 수 없었고 '묻지마 범죄'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랜덤(무작위)이 아니란 겁니다. 표적을 선택해요. 자기보다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JTBC가 최근 3년 사이 '묻지마 범죄'로 알려진 사건 10건을 분석해 봤습니다.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2022년 3월 전북 군산시 >
8살 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이 60대 남성은 뒤따라 갑니다.
아이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때렸습니다.
< 2021년 1월 경기 의정부시 >
한 10대가 전철에 서 있는 노인 목을 조르고 넘어뜨립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묻지마 범죄'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가해자들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공정식/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현실불만형도 있고 정신질환형도 있고 은둔형도 있고. 타인에 대한 정서적 감정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점입니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교도소 안에서도 관계 형성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교도소 내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죠. 어울리기 쉽지 않고.]
극심한 취업난과 경기 침체로 원하지 않는 고립과 은둔이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묻지마 범죄는 어쩌면 이유가 있었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 억제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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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기자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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