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일요일 밤 11시 5분 KBS 2TV)
“태양을 향해 달려라 - 새벽 배송 현장 72시간” (2021.05.23. 방송)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무박 2일의 삶을 하루로 살며 새벽을 달리는 그들. 잠자는 몇 시간마저도 아까운 누군가의 아버지이거나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자영업자, 아이가 자는 밤 시간을 이용해 일하는 어머니 등 각양각색 사연을 안고 한밤을 달린다. 그들에게 동트기 직전 새벽은 가장 조급해지는 시간. 아침 7시를 넘기면 새벽 배송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해 뜨기 전, 자기 인생의 태양을 밝히기 위해 어둠을 달리는 이들
■ 물류 센터의 사람들
내리쬐는 태양 빛이 힘을 잃어가는 오후 4시 30분, 물류센터 야간 조의 출근이 시작된다.
물류센터 사람들의 주된 업무는 ‘집품(픽킹)’과 ‘포장(팩킹)’이다.
일명 ‘픽킹맨’이라 불리는 집품팀이 주문 상품을 장바구니에 모으면, 포장팀은 배송할 상자에 차곡차곡 깔끔하게 담아낸다.
■ 고생했다. 앞으로도 잘해보자
이 물류센터에서 새벽 배송을 위해 일하는 인원은 약 450명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밤낮이 바뀐 생활, 물류창고의 낮은 온도,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체력적 한계 등의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래서 여기서는 약 한 달 정도를 수습 기간으로 두고, 수습을 마친 직원들에게 패딩을 지급한다. 이곳에서의 패딩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약 한 달을 버텨낸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일종의 증표이다.
■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밤 11시가 되면 새벽 배송을 담당하는 냉동 탑차들이 하나둘씩 주차장에 들어온다. 기사 1명당 하루 평균 50건을 배송해야 하지만 주문이 많은 주말과 월요일 밤은 배송 건수도 늘어난다. 특히 물량이 늘어난 날은 출고도 늦어지기 때문에 물건이 나오는 대로 분류하고 빠르게 싣는 것이 관건. ‘아침 7시’라는 마감 시간이 있기 때문에 기사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발휘한다. 쌓아둔 물품 상자를 배송하기 쉽도록 탑차에 구역을 나누어 싣고, 이동시간을 줄이 기위해 세밀하게 배송 루트를 짜는 등 해뜨기 전 배송을 마치기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 어쩌다 마주친 순간
배송 일을 오래 한 베테랑들도 배송이 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예측하기 힘든 문제가 생긴다. 고객이 적어준 현관의 비밀번호가 잘못돼서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을 때도 있고, 차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배송해야 할 물품이 한참 남은 차가 멈춰버릴 때도 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마음 급한 상황에서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그들은 손에 땀을 쥔다.
■ 당신을 향해 달리다
이른 아침, 누군가의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있을까. 깜깜한 밤, 환하게 빛나는 물류센터의 사람들과 불 꺼진 거리에서 당신의 아침을 향해 달려가는 배송 기사들의 3일을 담아보았다.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택배를 기다릴 당신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태양을 향해 달린다.
※ 내레이션 : 배우 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