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음주운전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지원금·대출금 등을 가로챈 일당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범행 흐름도.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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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갈·사기 혐의 15명 검거
전북 전주에서 음주운전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지원금·대출금 등을 가로챈 일당 15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음주운전자가 항의하면 "우리는 공익 제보자다" "자율방범대" 등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6일 "공동공갈·사기·폭행 등 혐의로 10~30대 15명을 검거한 가운데 이 중 범행을 주도한 김모(20대)씨 등 5명을 지난 11일 구속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모두 11명이고, 피해 금액은 1억8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성민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이 16일 전북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음주운전자를 협박해 돈을 뜯거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지원금·대출금 등을 가로챈 혐의로 일당 15명을 붙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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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1명, 1억8000만원 가로채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밤중 유흥가 주변에서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를 뒤따라가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합의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거부한 일부 피해자는 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이런 식으로 음주운전자 7명으로부터 총 7000만원(미수 금액 포함)을 받아 챙겼다. 지난해 11월 5일 한 음주운전자는 이들에게 1700만원을 뜯겼다. 이들은 각각 물색조·추격조·바람잡이조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유성민 완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들은 차를 여러 대에 나눠 타고 다니면서 한 명은 음주운전 차를 확인하고, 한 명은 뒤쫓아가고, 한 명은 바람잡이 역할을 하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A씨가 지난해 11월 1일 승강이 과정에서 차를 막아선 일당 중 한 명에게 받은 문자 일부. 사진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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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 소개해줄게" 지적장애인 속여
김씨 등은 은행 업무 등이 서툰 지적장애인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지적장애인 4명에게 접근해 각각 "대출을 받게 도와주겠다"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며 환심을 산 뒤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로 금융 정보를 건네받아 임의로 대출을 받거나 장애인 기초 수급비 등을 이체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월 30대 지적장애인이 이런 식으로 4100만원을 빼앗기는 등 피해 금액만 1억1000만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경찰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본인 명의 계좌는 사용하지 않고, 피해자 명의 계좌로만 여러 단계에 걸쳐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가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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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방범대' '공익 제보'는 거짓말"
조사 결과 이들은 대부분 무직으로, 동네 선후배이거나 사회에서 만난 지인 사이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 5명 중엔 10대 후반 남성과 장애인도 포함됐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범행으로 챙긴 돈은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했다. 김씨 등 일부는 비슷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8일 전주에 사는 직장인 A씨(47)가 "음주운전을 한 건 잘못이지만, 이런 약점을 잡아 경찰도 아닌 이들이 운전자 한 명을 토끼몰이하듯 추적하는 건 인간 사냥과 같다"며 김씨 등 5명을 공갈미수·폭행 등 혐의로 고소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5일 본지 〈[단독] "인간사냥 같았다" 한밤 음주 車 쫓은 자칭 '자율방범대'〉 보도)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1일 새벽 술집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집 앞까지 김씨 일당에게 쫓기는 등 봉변을 당했다. A씨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600만원을 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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